장기 불황 건설사들, 비즈니스 호텔로 눈 돌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플랜트사업본부 사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대신 이곳에 지상 11층 높이의 신축 호텔(260실)을 지어 2014년 3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 초 사들인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장교4지구 부지 역시 43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개발하기로 했다. 안계환 전무는 "그동안 주요 호텔을 건설한 경험과 제주그랜드호텔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자회사(오라관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동대문·테헤란로 등 서울에서만 2000실 이상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호텔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호텔을 짓는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운영까지 맡으며 사업 다각화와 틈새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로 주택 사업을 벌여온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6성급 호텔 '파크하얏트 부산'의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도 '파크하얏트 서울'을 운영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마린시티 일대는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 목적의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내년 초부터 최고급 부티크 호텔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영 역시 호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관광호텔을 소유한 부영은 지난해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를 사들여 '무주 티롤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호텔 사업을 인수, 내년 8월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다양한 시공 경험과 리조트 건설 노하우를 접목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호텔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가 약 200억원(300실 기준) 투입되는 비교적 소규모 사업이다. 각종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아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국 관광객 급증으로 호텔 객실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사업 확대를 결정한 주 요인이다. 외국인 방문객은 2009년 이후 매년 11~13%씩 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호텔 객실수요는 3만6379실이지만 공급은 2만8046실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국관광공사는 밝혔다.

호텔 사업이 안정적 수입원으로 떠오르자 건설사 외의 투자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는 올 초 자회사인 하나투어ITC를 통해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하나투어 측은 "신영자산개발과 50억원씩 투자해 서울 인사동 관훈빌딩을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하기로 했다"며 "빠르면 9월쯤 250실 규모의 호텔을 개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날 대형 빌딩을 인수·개발해 임대수익을 얻었던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이알제5호위탁관리리츠'는 서울 을지로2가의 와이즈빌딩을 120실 규모의 호텔로 개조해 최근 운영에 들어갔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상무는 "소형 오피스 빌딩을 호텔로 전환할 경우 연 8% 안팎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다만 서울 도심의 땅값이 3.3㎡당 5000만원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