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株는 '개미 덫'… 대주주는 소리없이 팔았다

금융당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대개 작전 세력이 루머를 퍼트리는 경우가 많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자신은 거품 붕괴 전에 빠져나올 수 있다고 과신하며 테마주 투자에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하지만 테마주의 대상이 된 기업의 대주주들이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소리소문 없이 주식을 대량 처분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대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것은 주가가 기업의 실력 이상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1년 동안 테마주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64개 테마주 종목의 202명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가 주가 급등기에 6406억원어치(1억2972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가 주식을 100억원어치 이상 내다판 회사도 17개에 달했다. 정연수 금감원 부원장보는 "테마주의 높은 주가가 허상이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대목"이라며 "테마주라는 풍문을 듣고 추격 매수를 하다가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추격 매수하다가는 쪽박 신세 가능성 커

금감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테마주와 비(非)테마주로 나눠 주가 변동폭, 기업 실적, 대주주의 매도 내역을 전수조사했다.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각종 투자정보지에서 테마주로 분류된 131개 종목(코스피 37개, 코스닥 94개)과 나머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중 12월에 결산하는 전체 1409개사의 주가 흐름을 비교한 것이다.

테마주 전체의 시가총액 규모는 작년 6월 초 19조8000억원에서 최고 34조3000억원까지 상승한 후 지난달 23조5000억원으로 줄어 최고점인 시기보다 10조8000억원이 증발했다. 테마주 중에서 기준 시점인 지난해 6월보다 시가총액이 늘어난 기업은 92개사이며 시가총액 합계가 20조원에 달한다. 이들 92개사의 1년 전 시가총액이 14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조원 안팎의 거품이 끼어있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일반주 7% 하락할 때 테마주는 39% 올라

지난해 6월 1일을 기준 시점으로 잡았을 때 1년이 흐른 지난 5월 중 테마주가 아닌 일반 주식의 평균 주가는 7.7% 하락했지만, 테마주는 39.2% 상승했다. 양자 간의 상승률 격차인 46.9%포인트만큼 테마주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테마주는 주가 변동폭도 일반 종목보다 5배가량 컸다. 분석기간 중 주가지수의 최고·최저점이 32% 변동폭을 보일 때 131개 테마주의 평균 가격은 154% 오르내려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을 보였다.

또 테마주들은 기업의 실적과는 상관없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테마주 기업 중 48%에 해당하는 63개사는 지난해 적자를 보거나 영업이익이 줄어 경영실적이 악화됐지만, 지난해 이들의 주가 평균 상승률은 137%로서 실적이 양호한 나머지 68개사의 주가상승률 134%를 능가했다. 실적이 나쁜 기업들의 주가가 더 올랐다는 것이다.

19일 이같은 내용의 금감원 발표가 나오자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은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이었다. 써니전자가 12.5% 곤두박질쳤고, 우성사료·케이씨피드도 9% 넘게 떨어졌다. 세 업체 모두 회사 고위 관계자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다.

☞테마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어 그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군을 말한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IT·줄기세포 관련 종목이 대표적인 테마주였고, 지난해부터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연관된 종목이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