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 위기] '그랜드 솔루션(대형 해결책)' 못내놔… 그리스 약효도 하루뿐

파국을 피한 그리스의 재총선 효과는 하루 만에 약발이 다했다. 전날 2% 가까이 급등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한때 잠시 오른 것을 빼곤 계속 내림세를 보이다 가까스로 전날과 같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전날 1.8% 올랐던 일본 증시도 이날 0.7% 하락세로 돌아섰고, 대만 증시 역시 0.1% 떨어졌다.

스페인 국채 금리도 국가 부도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선을 계속 웃돌았다. 19일(현지시각)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場中) 7.07%에 거래됐다. 전날 종가보다 0.9%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도 국채 금리가 7%를 상당 기간 웃돈 뒤 구제금융을 신청한 바 있다. 김한성 한국은행 차장은 "스페인 은행권 자금난과 정부 부채 상환 불능 간의 연결 고리가 강화되는 불안한 상황이다"며 "모종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그리스 재총선 덕에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을 면했다"고 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하루 만에 냉정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여전히 유럽연합(EU)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은 크다. 유로존 부채 위기는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겠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에도 금융시장의 호응은 한나절도 가지 못했다.

◇시장이 원하는 건 '그랜드 솔루션'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유로 위기의 결말을 결정지을 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재정에 달려 있다"며 "ECB는 불안한 채권시장을 진압할 '바주카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문을 잠재울 만큼 과감하고 충분한 유동성 지원이 나와야 유럽 금융 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잡는다는 뜻이다. 찔끔찔끔 지원하는 유동성으로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 바가지로 물을 붓는 것처럼 금세 말라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스페인 구제금융이 대표적인 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EU가 스페인 은행을 지원하는 1000억유로 구제금융 계획은 규모가 작아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 채권비율이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이에 대한 충당금으로 1500억유로를 쌓아야 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일부터 이틀 연속 7%대를 넘었다. 스페인 다음으로 위험한 것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하루 만에 6%대로 다시 올랐다.

정희전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해 '그랜드 솔루션(대형 해결책)'을 제시할 리더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며 "저마다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시장 올해 내내 출렁일 것

전문가들은 그랜드 솔루션이 나올 때까진 금융시장 불안은 지속될 걸로 전망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어도 올해 내내 주요국 선거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독일 총선이 열릴 내년 가을까지 금융시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실물 위기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미봉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정위기국들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성장을 통한 채무 상환 능력 확보"라며 "경제 성장, 긴축, 정부 자산 매각 등을 적절히 아우르는 포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