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회식·접대 자리, '술' 대신 '문화' 선물을

오늘 밤도 도시는 여지없이 취했다. 신문은 연일 술 취해 행패 부리는 사람을 엄중히 다스리라고 떠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골목골목이 몽땅 먹자골목, 마시자거리다. 소주 한 잔, 유행가 한 가락에 서민들의 지친 하루가 그렇게 넘어가고 잔을 부딪치며 "위하여!"를 외쳐야 분위기가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술독에 빠진 집단 술중독 사회를 고칠 명약은 없는 걸까? 그 명약은 바로 '문화'라고 생각한다. 술 취해 날리는 주먹에 소주병 대신 북채를 쥐여주고, 비틀거리며 뭔가를 걷어차려는 발 앞에 축구공을 놓아 주는 것이다. 북채와 축구공은 문화다. 이처럼 심각한 술 문제를 하나의 국민문화운동으로 풀어나가며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한다면 '술 익는 마을'이 '문화가 익는 마을'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거리마다 작은 책방과 극장, 미술관들이 들어서고 시골의 마을회관에서는 할머니 합창단의 노랫소리, 어느 어촌에서는 어부극단의 뮤지컬이 생겨날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매일 회식·접대로 찌든 우리네 직장에도 새 바람이 불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 재벌 총수가 아침에 술 냄새 풍기며 출근하는 직원을 보고 대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후에 직원들이 술을 뚝 끊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간밤에도 그 회사 직원들은 접대니 회식이니 엄청 마셔댔을 것이다. 방법은 역시 문화다. 부서 회식 대신 공연장 티켓을 주고, 거래처에도 술 접대 대신 공연 티켓을 준다면, 회사는 접대비 줄어 좋고 공연장은 연일 관객이 넘쳐날 것이다. 술 때문에 몸 상할 일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물론 요즘 기업에 이런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니지만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직장마다 합창단, 극단 등을 만들어 술 대신 문화적으로 여가를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술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사 간, 지역 간, 세대 간 소통에도 문화가 명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역 극단끼리 교환 공연, 직장 극단끼리의 상호방문 공연 등을 적극 권장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해결 못하는 지역 간 계층 간의 소통 문제도 점차 풀려나갈 것이다. 더구나 어느 직장 극단에서 사장이 수위 역을 하고 부장이 사장을 맡고 신입사원이 사장 아들로 나오는 연극 공연을 한다면 노사 소통의 물꼬도 트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술 대신 문화가 익어가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