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뭄에 '여름 수혜株' 명암

때 이른 무더위로 증시에서도 여름 수혜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스크림주가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가 하면 더울 때 주로 찾게 되는 에어컨·닭고기주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여름 계절특수를 누리는 업종 상황이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104년 만의 이상고온으로 전국적으로 가뭄이 계속되자 장마주는 울상이다. 이달 말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주가는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름철 휴가를 앞두고 보통 강세를 보이는 여행주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 호재가 주가에 반영되더라도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만큼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스크림 관련주 "반갑다, 무더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초부터 이상고온으로 평균 온도가 26도를 웃돌아 예년보다 2도 정도 높은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스크림 제조회사들은 일찍부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이달 들어 빙그레 주가는 12%가 넘게 올랐다. 19일 이 회사 주가는 장중 7만68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롯데삼강도 같은 기간 6.2%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3.3%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큰 상승폭이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의 경우 아이스크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5월부터는 날씨 덕분에 1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업체들의 2분기 영업이익도 양호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에어컨 관련주들도 무더위가 반갑긴 마찬가지다. 에어컨 냉매와 제습기를 생산하는 위닉스 주가는 이달에만 7.6% 정도 올랐다. 에어컨 부품을 만드는 이젠텍도 이 기간 20% 넘게 상승했다. 무더위에 따라 보양식인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하림·마니커 같은 닭고기 제조업체들도 6%에서 최대 14% 가까이 올랐다.

◇먹구름 낀 장마·여행株

여름 수혜주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이 장마 관련주는 장마가 임박했는데도 별 계절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장마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비료·농약 관련주는 보합권에 머물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6월 이후 관련업체인 남해화학은 2.5% 정도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조비와 KG케미칼은 오히려 1% 안팎 하락했다. 보통 장마철에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비료와 농약 살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맘때면 강세였던 홈쇼핑 업체들의 사정은 더 안 좋다. 송출 수수료가 인상된 데다 방송을 통한 보험 판매 규제정책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가를 끄집어내렸다. GS홈쇼핑·현대홈쇼핑·CJ오쇼핑은 이달 들어 7~9%나 하락했다. 새롭게 장마 테마주로 이름을 올린 골프존도 마찬가지다. 신영증권은 장마철에 들어서면서 스크린 골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골프존을 수혜주로 꼽았는데 6월 동안 주가는 오히려 4% 내렸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여행업계의 사정도 우울하다. 하나투어는 6월 들어 4.5% 정도 떨어졌고, 모두투어는 9.67% 내렸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여행업계의 주가는 예약률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7월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저조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출국을 미루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름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의 주가는 여름에만 '반짝' 오르다 이내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있어 실적을 먼저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