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너무 당당해진, 그래서 좀 아쉬운

부모를 잃은 소년이 거미에게 물려 초능력을 갖고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한다는 건 이미 10년 전부터 차례로 선보였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1·2·3'에서 다 봤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마크 웹 감독과 앤드루 가필드, 엠마 스톤 등 '새로운 피'로 무장한 채 이 낡은 스토리를 원점에서 다시 보여준다.

제작사가 멜로 영화 '500일의 썸머'(2009)로 인정받은 웹 감독에게 제작비 2600억원의 액션 대작을 맡긴 건 그가 똑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였을 것이다. 분명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가필드판(版) 피터 파커'는 전작들의 '토비 맥과이어판 피터 파커'보다 더 훤칠하고, 그리 소심하거나 어둡지도 않다. 자신의 복면을 벗어 던져 정체를 밝히기도 하고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 앞에서 잘난 척까지 한다. 그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그웬 스테이시(스톤)도 예전 시리즈의 여주인공 메리 제인처럼 수동적이지 않고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로 적극 나선다.

그러나 다르게 만든다는 게 단지 캐릭터 자체를 바꾸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캐릭터의 매력은 오히려 줄었다. 전작 시리즈들에서 빨갛고 파란 '쫄쫄이' 안에 수줍음과 소심함을 숨겨둔 평범한 10대 수퍼 히어로 피터 파커에 반한 관객들이라면 수퍼 히어로급 활달함과 당당함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마크 웹 버전의 피터 파커'에 대해 적잖은 아쉬움을 느낄 듯싶다. 이 영화에서 웹의 장기가 빛난 순간도 피터가 학교 복도에서 그웬에게 수줍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두 사람이 어색하고도 들뜬 표정으로 헤어질 때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쾌감은 '3D'와 'IMAX 3D'로 선보이는 데서 찾아야 할 듯하다. 수퍼 히어로 중에서 '스파이더맨'보다 3D에 더 적합한 이도 없을 것이다. 360도 회전의 고공 액션이나 1인칭 시점 샷으로 찍은 활공 장면은 시원하고 아찔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는 못 살렸어도 '스파이더맨'은 제대로 살려냈다.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 스파이더맨이 뉴욕 맨해튼 한복판을 자유자재로 활공하는 장면. 이 영화를 3D로 봐야 하는 이유다.

#대사 ― "약속은 깨야 제맛이지"('그웬을 만나지 않겠다'고 여자친구 그웬의 아버지와 약속했던 피터 파커의 대사. 그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소심한 남자가 아니다).

#이런 분 보세요 ― 한 번쯤 '새처럼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해보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