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붙은 침대 사진… 세상 뜬 연인 그리는 작품입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 텅 빈 침대를 찍은 대형 사진이 등장했다. 잔뜩 헝클어진 시트,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베개 한 쌍이 조금 전까지 침대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사진은 명동 중앙우체국 옆 건물 옥상의 옥외 광고판, 신촌 연세대 정문 앞 터널 벽, 6호선 한강진역 벽 등과 남이섬 노래박물관 외벽에도 설치됐다.

이 침대 사진은 쿠바 출신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Gonzalez-Torres·1957~1996)의 '무제'(1991)로, 뉴욕 MoMA 소장품이다. 작품에 얽힌 사연도 애틋하다. 동성애자였던 곤잘레스-토레스는 1991년 연인 로스 레이콕을 에이즈로 잃었다. 슬픔에 가득찬 작가는 자신의 침대를 찍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잠자리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업을 완성한 지 5년 후, 작가 역시 에이즈로 숨졌다.

21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곤잘레스-토레스 회고전 '더블(Double)'이 열린다. 작가는 쿠바 난민이자 동성애자라는 마이너리티적 속성을 '주류(主流)'로 승화시키려는 욕망을 연료로 작업했다. 사탕 500㎏을 바닥에 직사각형 형태로 깔고, 관객이 사탕을 가지고 가면 미술관 측에서 다시 채워넣기를 반복해 '소멸과 재생'을 보여주는 작품 '무제(플라시보)'를 비롯해 40여점의 작품이 나왔다. 관람료 일반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1577-7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