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힘든 '19禁' 5편이나 100만 넘겨… 한국영화 '30代 관객 파워'

영화계가 웃고 있다. 올 1월 1일부터 6월 19일까지 한국 영화 기준 관객 수가 419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37만명에 비해 1000만명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영화진흥위 집계). 외국·한국 영화를 합한 전체 관객 수에서 한국 영화의 점유율도 53.5%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①19세 이상 성인만이 볼 수 있는 청소년 관람 불가(청불 또는 19금) 영화의 약진이다. 올해 들어 관객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 영화 15편 중 5편이 19금 영화였다. 상반기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범죄와의 전쟁'과 20일 현재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라있는 '후궁' 모두 19금이다. '은교'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돈의 맛' 등의 19금 영화도 100만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영화계에선 "단골손님인 10대와 20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도 '방자전' '하녀' 등 19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일은 있었지만 올해처럼 19금 영화가 한꺼번에 몰려 모두 흥행에 호조를 보인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얘기다.

②19금 영화, 더 나아가 한국 영화 전체의 선전을 이끈 주 동력은 30대 관객으로 나타났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 집계에 따르면 100만명 이상을 모은 19금 영화 5편 모두 30대 관객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10~20대 관객이 선호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맨인블랙3' 등이 상반기에 개봉했는데도 한국 영화가 이에 밀리지 않았던 것 역시 30대 관객 덕분이었다. 맥스무비의 김형호 팀장은 "20대 관객은 '데이트 무비'로 부적합한 19금 영화를 많이 찾지 않는다. 19금 영화의 타깃은 30대 이상 관객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서도 영화관을 많이 찾는 30대 여성이 주요 관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를 근거로 "30대 관객이 19금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 전반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19금 영화뿐만 아니라 올해 1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 중 어린이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을 빼곤 모두 30대 관객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30대는 1990년대 가요와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필 때의 수혜층"이라며 "영화계가 이제 구매 능력까지 갖춘 30대의 수요를 포착,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을 기획해 내놓았고 30대가 적극 호응했다"고 했다.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지금까지 영화의 표적은 무조건 10~20대였는데 앞으로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 30대 관객을 주 대상으로 한 영화도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배우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