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49] "京城수영장은 주1일 禁男이오"

1929년 여름, 폭염이 경성(서울)을 덮쳤을 때 시민들이 몰려간 피서지는 한강이었다. 6월 16일 일요일엔 40만 경성 인구 중 한강을 찾은 사람이 2만5000명이나 됐다. 경성부청(府廳)은 한강 인도교(현 한강대교) 부근에 '한강수영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경성전기'도 인도교에 전등을 밝혀 밤의 한강을 유원지로 만들었다(1929년 6월 21일자).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1920~30년대에 바다보다는 계곡물과 강물, 수영장이 대중의 피서지였다. 특히 한강은 "자연이 경성 주민에게 허락해 준 천생의 피서지"로 꼽혔다(1933년 7월 29일자).

1920년대 후반부터 수심이 낮은 한강 인도교 부근에 탈의장과 감시 요원, 휴게소 등을 갖춘 '한강 수영장'을 경성부(京城府)에서 개설해 운영했다. 이 땅 최초의 가장 큰 수영장이었다. 6월 중순부터 한강엔 '사람사태(沙汰)가 났다(1939년 7월 10일자). 수백 명이 어울리는 물놀이의 재미를 체험한 사람이 늘자, 1930년대엔 맨땅을 파서 만든 '풀'도 하나둘씩 늘어갔다. 1934년 6월 30일에는 경성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 길이 50m의 경성수영장이 개장됐다. 경성부가 9만4000여원(약 18억8000만원)을 들여 만든 이 수영장은 수영 경기까지 할 수 있는 본격적 수영장으론 이 땅 최초의 시설이었다(1934년 7월 1일자). 뒤를 이어 진남포 풀(1934년 8월 18일자), 평양 풀(1935년 8월 9일자)의 준공 소식이 지면에 보인다. 경기도 내에만 풀의 숫자가 20여 곳에 이르렀다(1935년 8월 13일자).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물놀이를 즐기는 수영장은 80년 전 사람들에게 신천지였다. 해방감 때문인지 수영장에서는 풍기(風紀) 문제가 잦았다는 보도가 많이 눈에 띈다. 경찰은 수영장 개장 때마다 "풍기 문제 엄중 취체(단속)"를 힘주어 말했다(1938년 5월 27일자). 1935년 경성수영장은 7~8월 중 매주 월요일마다 남자 입장을 금지하고 여자에게만 개방하기로 했다(1935년 7월 19일자). 낯선 남자들과 한 물에서 수영하는 것을 꺼리는 여성들을 위한 배려인 듯하다.

1930년대 전후에 유행한 물놀이 피서는 지금처럼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문학평론가 임화(林和)는 "우리 세대의 대부분의 근면한 정신들은 피서를 몰낫다"며 '나는 피서를 안 간다'는 글을 기고했다(1938년 8월 11일자). 조선일보 사설도 피서의 유행에 대해 '부박(浮薄)한 풍조'라 비판했다(1930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