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10분만에, 화력발전소 10기 전력 아껴

21일 오후 전 국민이 참여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정전 대비 훈련에서 10분 만에 전력수요가 548만 킬로와트(㎾) 줄었다. 웬만한 화력발전소 10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날 훈련은 2시부터 20분간 진행됐다.

작년 9·15 정전 대란 때 전력공급량에서 수요량을 뺀 예비전력은 24만㎾였다. 기업체와 대형빌딩, 국민이 적극적으로 절전에 나서 이보다 22배 많은 전력을 아낀 것이다. 전력 당국은 예비전력이 500만㎾ 이상이면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극심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든지 고비를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일본은 작년 원전사고 직후 계획정전을 실시하는 등 강제 조치로 전력난을 넘겼다. 일본은 올해도 전년 대비 전력 소비를 5~15%씩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며, 필요할 경우 두 시간씩 강제로 전기를 끊는 계획정전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비상 훈련에서 전력 수요를 크게 줄인 데는 산업체의 절전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피크 시간대 전력수요의 54%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체는 조업시간을 조정하고 냉방기 가동을 중지해 387만㎾의 전력을 줄였다. 총 절전량의 7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날 오후 2시 산업체 전력수요 예상치가 3390만㎾였던 걸 감안하면 수요 예상치의 11%가량을 줄인 것이다.

산업체에선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제철·LG전자 등 1750개 기업이 절전 훈련에 참여했다. 포스코 본사는 전체 층을 20분간 소등하고 비상발전기 2대를 가동했다.

백화점·대형마트·호텔·다중이용시설 등 일반 건물에서도 총 절전량의 25%인 138만㎾를 줄였다. 이마트는 모든 점포의 조명을 절반가량 끄고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영업했고, 롯데마트도 97개 모든 점포가 정전을 가상한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일반 주택의 경우 전력수요를 5000㎾ 줄여 절전 참여도가 낮았다. 일반 주택은 피크 시간대 전력수요 점유율이 11%에 달하지만, 이번 훈련에서의 절전량은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을 비우는 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여가 저조했던 것이다.

국민이 절전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 전력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전대비 훈련은 1주일 넘게 전력 당국이 대대적인 홍보를 해서 대부분의 기업과 국민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실제 전력 비상상황 조치는 30분~1시간 사이에 촉박하게 이뤄진다. 훈련 때처럼 전력 수요를 많이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근대 선임연구위원은 "발전소를 풀 가동하는 여름 피크철에 노후된 발전소 1~2곳만 고장 나도 언제든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