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가치 급락… 브라질 채권 수익률 비상

작년 한때 높은 수익률과 세제 혜택 덕분에 인기를 끈 브라질 채권 수익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길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려 브라질 경기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 경기부양에 나선 브라질 정부는 기준금리를 내리고, 헤알화(貨) 가치 절하를 주도하고 있다. 투자자에겐 악재인 셈이다.

◇월 지급식 상품 수익 10%에서 7%대로

작년 높은 수익률과 세제 혜택으로 1조원 넘게 팔린 '삼바 채권(브라질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작년 5월 출시된 삼바 채권은 고수익을 내면서도 이자소득엔 과세하지 않는 세제 혜택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하루에만 한 증권사에서 300억원 넘게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작년 연 10%대의 수익을 매달 지급하며 인기를 끈 일부 월 지급식 브라질 국채 투자상품은 최근 연 7%대의 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 관련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에 투자하는 주식·채권·혼합형 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5%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관련 펀드가 평균 5%대, 친디아 펀드는 평균 3%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해외 채권·주식·혼합형 펀드의 투자수익률은 각각 평균 3~4% 후반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브라질 경기전망 먹구름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브라질의 경기 둔화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0년까지 승승장구하던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작년부터 눈에 띄게 둔화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기록한 2.7%보다도 더 둔화한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작년 연 12.5%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를 올 들어 연 8.5%까지 내렸다. 브라질 현지 언론은 지난달 브라질 정부의 발언을 인용해 올해 기준금리를 연 7.5% 수준까지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수출부진을 막기 위해 자국화폐 평가 절하에도 나서고 있다. 올 초반 반짝 상승하던 미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브라질 정부가 미국 달러를 대거 매입한 2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해, 연초대비 8% 이상 내렸다(환율 상승). 브라질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2021년이 만기인 브라질 국채는 작년 연 12%대에 거래됐지만, 올해엔 10%대를 기록 중이다.

◇헤알화 가치 변동 주시해야…신규 가입자에겐 기회일 수도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때엔 국채 금리나 가치뿐만 아니라 헤알화 가치 변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은 가격변동이 있더라도 만기까지만 가지고 있으면 전체 투자 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환율 변화라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때엔 원화를 달러로 바꾼 후 달러를 헤알화로 바꾸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브라질 채권 상품은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투자자가 환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헤알화 가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는 최근 RBS(알비에스)그룹 현지 전략가가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브라질의 경제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헤알화 가치는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금이 브라질 채권 투자에 나설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관순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기획팀장은 "최근 헤알화 환율은 브라질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해 오른 것(가치하락)"이라면서 "브라질 정부가 정책을 바꾸면 언제든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금이 투자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