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火力 전투훈련

20㎜ 자주 발칸포가 불을 뿜었다. 탄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적 진지 2번 표적에서 바위와 흙더미가 무너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축구장 3개 넓이에 '강철비(steel rain)'를 뿌린다는 '구룡 130㎜ 다연장 로켓'이 산하를 흔들었다. 관람석에서도 굉음에 놀라 손에 든 생수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6·25전쟁 62주년을 맞아 22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한미 연합 통합화력 전투훈련이 있었다. 5군단 예하 기갑여단 같은 38개 부대에서 2000여 병력이 동원됐다.

▶"독수리C! 여기는 뱀파이어10! 이동 중인 적 탱크부대 확인 바람." "알았다. 사격을 허가한다. 공격하라!" 관람석 대형 모니터가 조종사와 지휘소 사이 교신을 중계했다. KF-16 전투기가 쏟아낸 폭탄 수백㎏이 날카로운 사선을 그으며 적진으로 날아가 작렬했다. 섬광이 보이고 7초 뒤 들린 폭음이 고막을 찢었다. 관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적들이 또다시 찝쩍댄다면 다시는 그런 생각을 갖지 못하게 괴멸하겠다는 의지가 뜨거웠다.

▶통합화력(integrated fire) 개념은 4단계로 나뉜다. '피스아이(공중조기경보통제기) 같은 하늘 지휘소가 적 위치를 점찍어준다. 컴퓨터가 타격 지점을 계산한다. 가장 적절한 지상·공중 무기를 선택한다. 목표물을 깨뜨린다'. 우리 군은 2년 전 연평 포격 도발 이후 이런 훈련을 강화해왔다. 다시 도발해오면 공격 원점을 초토화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앞으로 "현대전은 이렇다"는 실전 시범이기도 했다. 한미 양군은 기갑 화력과 항공·포병 전력을 분·초 단위로 통합 운용했다.

▶훈련이 막바지로 치달았다. "여기는 기보(기계화보병) 중대장. 1소대와 2소대는 '가' 고지를, 3소대는 '라' 고지를 확보하라. 이상!" 우리 전차가 적이 퇴각한 방향으로 깊게 밀고 들어갔다. 적 잔존 부대의 포 사격 저항도 진압됐다. 30여년 전 군 생활 때 참여했던 공지(空地) 합동훈련과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M60 기관총을 메고 직접 강원도 산비탈을 뛰었다. 포병·기갑·보병·항공지원대 장병들이 포연과 흙먼지 속에서 땀을 흘렸다.

▶"전쟁을 방지하는 확실한 길은 전쟁을 겁내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휴전선에서 불과 25㎞ 떨어진 훈련장에서 우리 군은 이를 앙다물었다. 훈련이 끝나자 105㎜ 견인곡사포를 공중에 쏘아 승리의 V자를 그렸다. 11개 포탄을 상공에서 동시에 터뜨리는 세계적인 솜씨였다. 평시에 땀 흘리는 군은 전시에 피를 흘리지 않는다. 그 땀이 6·25 기념일에 현충원을 찾은 연평해전 유족들의 눈물도 닦아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