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보다 핵무기 개발에 더 근접한 일본

일본이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의 안전 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을 넣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안전 보장'이라는 말이 핵무기 개발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일본은 원래 표현 자체를 그렇게 모호하게 한다. 일본 중의원이 1969년에 우주를 군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세계만방에 선언한 '우주의 평화 이용 원칙'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2008년, 일본 문부과학성 우주이용과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한 중견 공무원은 새로 만든 우주 개발 정책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주 이용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추진한다는 다섯 글자를 넣기 위해 수십년이 걸렸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는데, 이제는 일본이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확정됐다. 작년 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무기 수출 금지 3원칙을 수정하여 무기 공동 개발과 수출을 허용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만들어진 일본의 군사 관련 3가지 금기(禁忌) 사항은 모두 해제되었다.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로 분류되어 왔다. 한국은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만 있을 뿐인데 일본은 원자로에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기와 연(年) 800t에 달하는 폐(廢)연료봉 재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 또 우라늄 핵폭탄과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기초 시설을 갖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할 때 필요한 핵실험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 5대 핵 보유국은 핵무기 검증 실험을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은 NOVA, 영국은 VALCAN이라는 핵융합 실험 장치를 갖고 있다. 일본도 GEKKO-XII라는 핵융합 실험장치가 있어 국제사회는 일본을 북한보다 핵무기 개발에 더 근접해 있는 나라로 평가한다.

핵무기는 대륙간탄도탄과 결합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는데 일본은 오렉스(OREX) 라는 대기권 재돌입 실험 장치를 통해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해 놓았다. 이것도 모자라 올여름 2회에 걸쳐 지구 대기권 재돌입 실험을 다시 시도한다. 즉각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로켓 M-V는 세계 정상급이다. 이는 언제든지 대륙간탄도탄으로 전용될 수 있다. 북한이 시도하는 액체연료 형식 로켓과 관련해 일본은 지구 저궤도에 16t짜리 인공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실력이 있다. 일본은 '평화'라는 미명하에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조용히 갖추어 놓았다.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실험하자 일본은 군사용 첩보위성 4기 체제를 선언하며 금기 사항이었던 우주의 평화 이용 원칙을 깨뜨렸다. 그리고 이제는 핵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첫째 이유는 물론 북한이다.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은 모든 능력을 갖춘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이유는 중국이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갖고 있는 중국, 유인 우주선을 성공시키고 항공모함을 일본의 해양 교통로로 내보낼 수 있는 중국, 중국 남단 해남도 해저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한 중국에 일본은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0여년 만에 한반도 주변에서 새로운 역사가 전개되고 있다. 6자회담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면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은 핵 정책같이 내부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금기시되는 국가 정책은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일본의 핵무장을 돕는 핵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일본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면 한반도 주변에 핵무기 제조 능력이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