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7 09:21

LIVING

사무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낡은 철제 금고. 대체로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두말할 나위 없는 구닥다리다. 한층 업그레이된 기능은 물론 고급스런 디자인과 컬러로 각계각층 부호들을 매료시킨 금고는 이제 어엿한 명품 가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고의 진화가 이채롭다. 돈이나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가 기존의 낡은 이미지에서 탈피, 감성을 더한 고급스런 디자인과 컬러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주자는 국내 고급 금고 브랜드 선일금고제작의 ‘루셀(LUCEL)’. 루셀은 ‘금고도 가구다’라는 콘셉트를 몸소 드러내고 있다.

금고의 아름다운 변신

선일금고제작은 사무실에서나 사용하는 정도로 여기던 금고를 집집마다 둘 수 있는 생활가구로 만들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여왔다. 금고가 은밀한 장소를 벗어나 거실 같은 일상 공간에 놓이게 하기 위해 성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해온 것. 지난 2008년 새로운 것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선일금고제작이 3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출시한 신개념 디자인 금고 루셀. 루셀은 블랙과 와인 컬러를 조합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고흐, 클림트의 명화나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장식하기도 했다.

▲ 선일금고제작 제공
물론 외관 디자인 손질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기능도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다이얼을 없애고 고급 터치 버튼을 장착했다. 여기에는 선일금고제작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버튼식 전자 잠금 장치가 이용됐다. 더구나 이 버튼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다가 누르면 나타나도록 설계됐다.

루셀은 대형 화재에서 살아남을 만큼 견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5년 강원도 낙산사의 대형 화재는 선일금고제작이 만든 내화금고의 우수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거센 불길로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마저 불에 녹아 고철이 됐지만 금고만이 유일하게 화마를 견뎌내며 중요문서 등을 고스란히 지켜냈다.

선일금고제작의 불에 타지 않는 내화기능은 한국(KS), 일본(JIS), 스웨덴(SP), 미국(UL) 등 세계적 인증을 통해 입증받았다. 특히 지난 1999년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최고의 화재안전검증기관인 보험협회안전시험소(Underwriters Laboratories Inc., UL)의 내화충격 시험에 합격해 큰 관심을 모았다. UL의 내화충격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927℃에서 일정시간 동안 내부 온도를 17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 9m 높이에서 떨어뜨려 형태를 유지하는 실험과 뜨거운 열에 견뎌내는 실험을 통과해야 한다.

세계로 뻗어가는 금고

이처럼 감성을 더한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으로 무장한 루셀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느새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선일금고제작 김영숙 대표는 “조금 더 견고하고 미려한 금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것이 세계적인 금고 탄생의 비결”이라며 “루셀 역시 그 같은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루셀을 통해 김 대표는 기업 사무실 구석을 지켜온 금고를 아파트 거실의 생활가구로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테리어 가구와 금고의 두 가지 역할을 하는 루셀. “매출 중 8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일 정도로 외국에서는 금고가 일반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생활 수준에 비해 금고 사용률이 극히 낮아요.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금고의 요긴함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라며 “루셀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 수준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김영숙 대표는 강조한다.


☞ 금고의 명가 선일금고제작

▲ 선일금고제작 제공
루셀을 개발한 선일금고제작은 지난 1972년 설립된 금고 전문 기업이다. 1976년 첫 수출에 성공한 이래 현재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100여 개국에 금고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 금고업계가 세계 시장 점유율 34.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선일금고제작은 단연 업계 선두를 달린다. 선일금고제작은 20여 년 전 국내에 처음으로 전자식 잠금장치인 디지털 록 금고를 도입한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금고는 번호를 맞춰 여는 다이얼식 금고가 대세였다. 하지만 선일금고제작은 2년의 연구 끝에 디지털 록 금고 신제품을 출시했고 현재 금고시장의 80% 이상이 전자식 잠금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선일금고제작은 ‘금고의 가구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차츰 방범 시스템과 연계한 종합 보안 회사로의 발판도 마련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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