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진, 레게 헤어스타일, 날카로운 눈빛,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패션과 광고 사진 작업들. 지난 30여 년간 사진가 김중만의 모습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아웃도어 차량 갤로퍼 혹은 스포츠카 티뷰론에 가까웠다. 그러나 어느새 그는 제네시스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썬루프를 활짝 열고 비트가 강한 음악의 볼륨을 높인 채 차를 몰겠지만.) 그의 이런 변화가 비단 50대 후반에 접어든 시간의 흐름 때문만일까.
“50대 중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처음 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불편함 없이 살았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다. 어디를 가든 작업할 수 있고,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을 갖고 한국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게 무척 많더라. 그러면서 정작 ‘나는 누구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국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진지하게 찾아보게 된 것이다. 뒤늦게 우리나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부끄럽지만 작업을 하다보니 내 안에 한국적 미감이 잠재되어 있었던 듯하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풍경을 찍으면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는 5년 전 상업 사진을 그만두고 개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카메라에 담는 피사체가 바뀌면서 생각이나 삶의 방식도 조금씩 바뀌어 감을 느낀다. 그의 말마따나 연간 수입은 17억에서 8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흥미로운 사진 작업들로 올 한 해 그의 일정은 이미 빼곡히 채워져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해양경찰청과 함께 1년 프로젝트로 기획한 독도 사계 촬영, 영화진흥공사에서 주관하는 비무장지대(DMZ) 촬영 그리고 올해 말 출간을 목표로 현재까지의 작업을 총망라한 전작집을 한길사와 기획 중이며, 세계적인 예술전문 출판사 타센과 사진집을 만들고 있다.
제네시스 프라다를 타고 달리다
“마치 여자 품에 안겨 있는 느낌이다.” 시승 후 김중만 씨의 감상은 이랬다. 시승한 차량 색상은 크림베이지 시트에 블루 발티코(Blue Baltico). 색상이 주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섬세하게 작업한 진가를 알아본 것이기도 하다. 주문 생산 방식으로 1200대 한정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차량인 제네시스 프라다의 가죽 시트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프라다 고유의 사피아노(saffiano) 패턴 가죽이다. 프라다는 차량과의 조화를 위해 시트, 도어트림, 크래시패드 등을 구성하는 가죽 패턴 작업을 하면서 스티치 굵기와 간격까지 고려할 정도로 완벽을 기했다고 한다. 또한 외관은 블루 발티코, 블랙네로(Black Nero)등 프라다를 대표하는 컬러로 구성했다.
“명품브랜드는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라다는 정교한 장인 정신으로 명성을 얻은 브랜드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패션 브랜드가 아닌 프라다와 제네시스가 함께 작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뭇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두 브랜드가 조화를 잘 이룬 것 같다. 직접 차를 몰아보니 외관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 가속될 때 느낌이 부드럽고, 승차감도 안정적이고…성능을 포함한 모든 면이 감성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