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휴업 벗어난 마트…고객들 몰려가 난리

행정소송 승소로 '강제휴업'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서울 강동·송파구의 대형마트·SSM(기업형 수퍼마켓)들은 24일 일제히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이마트 명일·천호점, 홈플러스 강동·잠실점, 롯데마트 잠실롯데월드·송파점 등 6곳의 대형마트와 37곳의 SSM 등 관내 대상 점포에는 당초 '강제휴업일'이었던 이날 고객들로 북적였다.

롯데마트의 대표점포인 롯데월드점은 평소 주말보다 고객이 10% 이상 늘어났다. 롯데마트 측은 "이날 강제휴업이 계속 적용된 강남·성수 등 인근 지역의 고객들이 더 많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천호점은 평소 주말보다는 20% 정도 방문 고객이 준 것으로 집계됐지만 오전 시간부터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줄을 이어 주차에 30분 이상 걸렸다. 갑작스러운 영업 재개에 따른 혼란도 있었다. 일부 SSM은 3일 전에 주문해야 하는 야채·과일 등 신선식품 물량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곳곳의 판매대가 비어 있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영업 재개를 반기는 쪽이었다. 이마트 천호점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모(40·서울 천호2동)씨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마트가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나왔다"며 "주변에 있는 천호신시장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 점포가 많아 어차피 원하는 장을 다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자영업자, 시간제 근로자 등도 반색이었다. 이마트 천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민경씨는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데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8일 중 이틀을 쉬어야 해 수입이 많이 줄어 걱정했다"며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상희씨도 "주말 이틀 매출이 평일 닷새와 맞먹어 경영상 타격이 컸다"며 강제 휴업 폐지를 반겼다.

반면 중소상인들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이날 오후 이마트 천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의무 휴일 무효 판결은 재벌 대기업들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중소상인들과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에겐 비보(悲報)"라며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제도가 농협하나로마트, 백화점 등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례가 아닌 법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의무휴일 등을 규정하고 유통 노동자들의 근로시간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지난해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을 맡아 대형마트 등의 영업제한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던 김영환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유통법은 현행보다 더욱 강화돼야 하며 의무휴일 등을 조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SSM 등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이번 판결을 호도하고 악용해 입법 취지를 훼손하려 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통업체들은 경계하며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임원은 "정치권·중소상인 단체와 유통업체가 힘겨루기를 할 경우 대형마트 등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전국으로 행정소송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