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낙제점 맞다" 인정한 물가 품목?
입력 : 2012.06.25 03:03
[물가안정 책임제 도입 6개월… 14개 품목 정부 자체 점검]
지자체 예산 불이익 경고하고 담합 조사했지만 인상 못막아
합격판정 받은 11개 품목도 전기료 등 인상요인 쌓여 불안
정부가 상품값 관리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올해 초 정부는 "쌀, 배추 등 14개 생활 필수 품목에 대해 별도의 책임자를 두는 물가 안정 책임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2008년부터 52개 생필품을 관리 대상(소위 'MB품목')으로 지목해 관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본 채 비판만 받던 정부가 품목별로 관리자를 정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 발표가 있은 지 6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과연 정부가 정한 품목의 물가는 '관리'가 됐을까? 청와대는 최근 비공개로 물가안정책임제 대상 품목의 가격을 점검한 결과, 이 중 3개가 관리 기준에서 벗어나 담당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낙제점'이었다고 자인한 품목은 고추(풋고추, 고춧가루)와 지방 공공요금(시내버스료), 교육비(학생 교복비)의 세 가지였다.
◇고추, 지방 공공요금, 교육비는 관리 낙제점
정부가 지정한 물가 관리 대상 품목은 총 14개다. 이때 품목이란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합쳐 놓은 개념이며, 한 개의 상품을 뜻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추'의 경우 건고추, 고춧가루 등 고추가 원료인 상품 모두가 관리 대상이다. 교육비에 등록금은 물론 교복값, 학원비가 모두 포함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청와대는 1~5월 물가 동향을 분석해 관리 대상 품목에 속하는 상품 시세가 상반기 내내 비슷한 다른 품목의 물가상승률에 비해 높았거나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를 선별했다. 그 결과 고추, 지방 공공요금, 교육비가 관리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 발표가 있은 지 6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과연 정부가 정한 품목의 물가는 '관리'가 됐을까? 청와대는 최근 비공개로 물가안정책임제 대상 품목의 가격을 점검한 결과, 이 중 3개가 관리 기준에서 벗어나 담당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낙제점'이었다고 자인한 품목은 고추(풋고추, 고춧가루)와 지방 공공요금(시내버스료), 교육비(학생 교복비)의 세 가지였다.
◇고추, 지방 공공요금, 교육비는 관리 낙제점
정부가 지정한 물가 관리 대상 품목은 총 14개다. 이때 품목이란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합쳐 놓은 개념이며, 한 개의 상품을 뜻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추'의 경우 건고추, 고춧가루 등 고추가 원료인 상품 모두가 관리 대상이다. 교육비에 등록금은 물론 교복값, 학원비가 모두 포함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청와대는 1~5월 물가 동향을 분석해 관리 대상 품목에 속하는 상품 시세가 상반기 내내 비슷한 다른 품목의 물가상승률에 비해 높았거나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를 선별했다. 그 결과 고추, 지방 공공요금, 교육비가 관리 낙제점을 받았다.
고추의 경우 흉작으로 치솟은 가격이 내리지 않고 풋고추, 고춧가루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해 낙제점을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춧가루 가격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작년 대비 88.1%가 급등했고, 이런 가격 수준은 2~5월에도 계속 유지됐다. 풋고추 값도 올 1~5월 내내 작년 대비 30~50%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시내버스 요금은 지난 2월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100원 기습 인상된 여파가 컸다. 1월 상승률이 전년 대비 6.5%였다가 3~4월엔 9.6%까지 올랐다. 물가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박재완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기재부는 "물가 안정에 협력하지 않는 지자체는 예산 편성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부 방침까지 정해 놓은 상황이다.
교육비에 포함되는 교복의 경우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교복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서면서 가격 인하 압력을 넣었지만, 결국 인상을 막지 못해 담당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난처해졌다. 남자 학생복은 1월만 해도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2%였지만, 개학 이후인 2월부터는 상승률이 13%를 넘겼다. 새 학기마다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병폐를 이번에도 막지 못한 셈이다.
세 가지 품목 모두 날씨, 지자체의 결정, 유통구조 등 중앙정부 담당자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원인으로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정부는 당초 "관리 목표에 미달하는 공무원들은 해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사정 탓에 이들 품목에 대해 구두 경고 조치만 취했다.
시내버스 요금은 지난 2월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100원 기습 인상된 여파가 컸다. 1월 상승률이 전년 대비 6.5%였다가 3~4월엔 9.6%까지 올랐다. 물가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박재완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기재부는 "물가 안정에 협력하지 않는 지자체는 예산 편성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부 방침까지 정해 놓은 상황이다.
교육비에 포함되는 교복의 경우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교복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서면서 가격 인하 압력을 넣었지만, 결국 인상을 막지 못해 담당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난처해졌다. 남자 학생복은 1월만 해도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2%였지만, 개학 이후인 2월부터는 상승률이 13%를 넘겼다. 새 학기마다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병폐를 이번에도 막지 못한 셈이다.
세 가지 품목 모두 날씨, 지자체의 결정, 유통구조 등 중앙정부 담당자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원인으로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정부는 당초 "관리 목표에 미달하는 공무원들은 해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사정 탓에 이들 품목에 대해 구두 경고 조치만 취했다.
◇일부 합격 품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정부는 나머지 11개 품목에 대해서는 스스로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합격한 품목의 경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일례로 중앙정부 공공요금에 포함되는 전기료는 상반기 내내 작년 대비 2%의 낮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정부는 7월 이전에 요금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부족한 전력 상황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가 높아진 데다, 한국전력은 요금 인상을 너무 하지 않아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에게서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정부와 한전은 인상에 동의하지만, 문제는 폭이다. 한국전력은 10% 이상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08년 이후 공공요금 인상을 줄곧 억제해 온 까닭에 인상 요인이 너무 쌓였다"며 "전기요금의 예처럼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렀다가 나중에 누적 요인을 모두 반영해 값을 올리면 소비 위축을 오히려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전문가 중에는 정부가 물가를 보는 기본 시각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도 군사독재 시절인 1980년대식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선 안 된다는 말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상품 값을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MB품목이든, 물가담당제든 누가 어떤 상품의 가격을 책임진다는 접근법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대학교수는 "정부가 관리목표에 미달하는 공무원을 해임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 이유로 해임이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며 "농산물의 경우 수급시스템을 정비하고, 공산품은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머지 11개 품목에 대해서는 스스로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합격한 품목의 경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일례로 중앙정부 공공요금에 포함되는 전기료는 상반기 내내 작년 대비 2%의 낮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정부는 7월 이전에 요금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부족한 전력 상황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가 높아진 데다, 한국전력은 요금 인상을 너무 하지 않아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에게서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정부와 한전은 인상에 동의하지만, 문제는 폭이다. 한국전력은 10% 이상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08년 이후 공공요금 인상을 줄곧 억제해 온 까닭에 인상 요인이 너무 쌓였다"며 "전기요금의 예처럼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렀다가 나중에 누적 요인을 모두 반영해 값을 올리면 소비 위축을 오히려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전문가 중에는 정부가 물가를 보는 기본 시각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도 군사독재 시절인 1980년대식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선 안 된다는 말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상품 값을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MB품목이든, 물가담당제든 누가 어떤 상품의 가격을 책임진다는 접근법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대학교수는 "정부가 관리목표에 미달하는 공무원을 해임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 이유로 해임이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며 "농산물의 경우 수급시스템을 정비하고, 공산품은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