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여름휴가는 여수 엑스포로" 총동원령

올여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다니는 임직원들은 전남 여수로 억지 휴가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융위원회가 휴가를 여수로 가라고 등을 떠밀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 관련 4대 협회의 부회장들을 부랴부랴 소집해 간담회를 갖고 이런 당부를 했습니다.

지난 1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관련 회의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의 여름 휴가를 조기 실시하고, 상반기 연가(年暇) 보상비를 조기 지급해 여수 방문을 독려한다"는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요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5월 12일 막을 올린 여수엑스포는 관람객이 예상 인원보다 훨씬 적어 총리실 등이 나서서 관람객 늘리기 대책을 내놓고 있는 형편입니다. 폐막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까지 방문객이 194만명에 그쳐 개막 전 목표했던 1080만명의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가 홍보했던 '10조원의 생산 효과, 9만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여수엑스포의 경제 효과는 물 건너간 지 오래입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여수 엑스포의 성공을 바라지만, 금융회사 직원들 여수 휴가 권유는 1980년대식 구닥다리 냄새가 난다"고 하더군요. 금융계에는 '신종 관치(官治)'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공무원은 물론이고, 은행과 증권사 임직원의 여름 휴가를 이용해 보겠다는 발상을 했겠느냐 싶기도 하지만, 엉뚱하고 촌스럽습니다. "가볼 만하다"는 소문이 나도록 준비를 더 잘했어야지, 시민들의 휴가지 선택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정말 후진적인 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