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하모니카 운율에 황혼의 희망을 싣고…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씩은 불어보았던 아련한 옛 추억속의 하모니카. 그 하모니카의 선율에 황혼기의 희망을 싣고 다른 노인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2009년 결성된 이래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포천 실버하모니카악단이 그들이다.

12명으로 이루어진 실버하모니카악단은 제일 연장자인 임석환(81)씨를 필두로 막내 홍순선(61)씨까지 평균 연령 70세 멤버들로 구성돼있다. 건반, 기타, 아코디언 각 1명 외엔 모두 하모니카 연주를 한다. 노인대학, 요양원 등을 찾아 매년 20번이 넘는 공연활동을 다니고 있다.

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최치선(65)씨는 "노인대학에 가서 공연을 하면 모두 일어나 같이 흥겨워 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우리의 음악이 그들에게 도전정신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공연을 보고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많아 포천시 사회복지관에 하모니카반이 개설될 정도라고 한다. 최씨는 "하모니카는 음악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 또래엔 익숙한 악기"라며 "호스피스 병동이나 요양원에 가서 공연을 하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로 관내의 노인대학이나 요양원과 교회, 지역행사에서 공연을 펼쳐나가고 있는 실버하모니카악단은 차츰 활동이 알려져 요즘은 다문화가정모임 등 외부초청도 늘어났다.

실버하모니카악단은 활발한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문화원서 열린 제4회 전국실버하모니카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홍순선씨는 "아마 다른 팀들과 달리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해 큰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나이 들어서도 음악으로 인생을 멋지게 즐길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실버하모니카 악단이 결성되기 전부터 문화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 악단의 지도를 맡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전국대회 대상 수상으로 오는 8월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하모니카연맹 주최 제9차 아시아·태평양하모니카축전에 초청을 받은 단원들은 서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맹연습 중이다. 수천 명이 모여 콸라룸푸르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게 될 이번 축제에 연주할 곡은 '아리랑'과 '노들강변'을 한 곡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실버하모니카악단의 목표는 이번 축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우리나라 노인들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2년 뒤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축제에 다시 참가하는 것이다.

하모니카의 선율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