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가난·범죄 막을 수 있어"

"안양교도소 재소자 평균 학력이 중학교 중퇴입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다는 얘기입니다".

과천에 본사를 두고 화성·시흥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장비 수출업체 ㈜파워킹의 대표 이순형(60)씨는더 나은 교육이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이씨는 이런 믿음 때문에 지난 1998년부터 벌써 14년째 교도소 재소자와 지역 중·고교생 등 100여명에게 학비와 책값을 지원해 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안양교도소 교정위원도 맡고 있다.

◇중년의 실직, 나눔의 기회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의 한파는 당시 수산중공업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하던 이씨에게도 닥쳐왔다. 회사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도가 났고, 그는 빈손으로 정든 직장을 떠나야했다.

수원 출신인 그는 서울대 농업기계과를 졸업하고 국제상사와 수산중공업 등을 거치며 중장비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러나 기업마다 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재취업의 길은 막혀버렸다. 결국 그가 선택할수 있는 것은 창업 뿐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던 과천의 89㎡짜리 주공아파트 안방에 중고 컴퓨터 1대와 주워온 책상을 놓고 중장비 수출 중개 사업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 덕분에 4~5개월만에 사무실을 얻을수 있을만큼 자리를 잡았고, 사회 환원을 생각할 정도가 됐다. 그는 "회사가 수익을 내고 생계 걱정도 사라지니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졌다"며 "저소득층의 자녀들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게 할수 있다면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했다.

나눔의 첫 시작은 생활이 어려운 지역 고교생 1명을 사회복지단체에서 추천받아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교육이 곧 가난을 극복할 힘"이라고 생각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참고서 등 책값 지원도 시작했다.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율목서적'과 계약 맺고, 자신을 찾아오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책값을 한달 단위로 대납해 주고 있다. 이렇게 지원한 돈만 지난 14년간 4000여만원에 달한다.

◇교육은 범죄도 막을수 있다

지난 1999년 우연히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던 이씨는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탈선의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도관의 소개로 과천시 문원동에 살고 있는 한 비행청소년의 집을 찾게 된 그는 부모가 없이 살아가고 있는 박모군 형제를 만나게 됐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교를 중퇴한 17살 형, 중학교 1학년 동생이 살고 있는 반지하방은 여기저기 술병이 나뒹굴고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그는 고교를 중퇴한 형을 달래 학교에 복학시키고, 동생 등록금도 지원해 형제 모두 고교까지 졸업시켰다.

형제와의 인연으로 12년전부터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20~30대 젊은 재소자들의 검정고시 준비에 필요한 학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학비를 지원할 재소자들을 처음 만날때 명심보감을 여러번 베껴 써보라고 권한다. 죄의식이 없던 재소자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명심보감을 쓰라고 하면 10명 중 2~3명만 끝까지 써낸다"며 "과정이 힘든 만큼 이 과제를 마친 재소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게 된다"고 했다. 그동안 그가 고졸 검정고시까지 지원한 재소자는 10여명에 이른다.

이씨는 몇년전부터는 해외와 탈북자에게도 학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봉사단체와 함께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 학생 2명의 학비를 후원하고, 지난 2009년 11월부터는 연변과기대에서 서울대학교로 유학온 탈북여성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근거로 지난 3월 국세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납세자' 33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는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가진자들이 먼저 나눠야 사회가 밝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