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에 불러보는 "둘째 형님" 시신 못찾은 용사 위패 속에서 이름 찾아

육군 소령 출신인 노만섭(75)씨는 지난 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큰 목소리로 "형님"을 외쳤다.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시신을 못 찾은 6·25 참전 용사 4만1000여명의 위패 속에서 둘째 형의 이름 '노광섭'을 발견한 후였다. 노씨는 "전사한 지 61년 만에 형님을 찾았다"고 했다.

6·25전쟁 62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노씨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자택에서 6형제의 병적(兵籍)기록을 내밀었다. 그는 "우리 형제의 삶은 곧 대한민국의 전사(戰史)"라고 했다.

첫째 인섭(1925년생)씨와 둘째 광섭(1927년생·1951년 전사)씨, 셋째 대섭(1933년생·1979년 사망)씨는 6·25전쟁에 참전했고, 넷째 만섭(1937년생)씨와 여섯째 천섭(1944년생·2008년 사망)씨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다섯째 기섭(1940년생)씨를 제외하고 모두 전쟁터를 누볐다. 6형제는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농가(農家)에서 노복성·한계순씨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첫째 인섭씨는 광복 후 1946년 경찰이 됐다. 그는 6·25전쟁 때 낙동강 전선을 지켰던 다부동 전투에 참전했다. "이른 아침 두 발로 고지에 올랐다가 그날 오후 주검으로 내려오는 소년병, 학도병이 많았다"고 했다.

둘째 광섭씨는 10월 징집됐다. 당시 마을에서 영장을 받은 청년 3명 중 한 명이었다. 이듬해 이 중 한 명만 상이(傷痍)용사로 돌아왔다. 그는 광섭씨 가족에게 "1·4후퇴 전투 때 광섭씨가 전사했으나 시신은 찾지 못했다"는 말을 전했다.

대구 대성중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셋째 대섭씨는 서울 수복(9·28) 후 전세가 역전되자 "학교에 가겠다"며 집에서 대구까지 60리(약 24㎞)를 걸어가다 군에 강제 징집됐다고 한다. 그는 홍천 지구 전투 때 다리에 총상을 입고 포로로 잡혔다가 3개월 후 탈출했다. 6형제는 모두 19남매를 뒀고, 이 중 아들 12명이 모두 병역 의무를 다했다. 6형제 중 생존해 있는 인섭씨와 만섭씨, 기섭씨는 "세상을 뜨기 전에 광섭씨의 시신을 찾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