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에 꿈 심어준 특별한 심사위원들

"프로골퍼 최경주가 완도에서 태어난 사실 알고 있나요? 자신있게 꿈을 키워나간다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지금부터 여러분의 꿈에 대해서 자유롭게 써봐요."

김성구(52) 샘터 대표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각자 간직해온 꿈을 종이 위에 꾹꾹 눌러썼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붓놀림이 한창이다. "독특하게 잘 그렸구나." 그림을 둘러보던 사석원(52) 화백이 염전을 빨갛게 칠한 최다빈(12)군 머리를 쓰다듬는다. "제가 원래 레오나르도 다빈이에요"라는 대답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크게 퍼졌다.

지난달 30일 전남 신안군 팔금도 팔금초등학교. 31명의 학생들은 특별한 선생님 두 명을 맞이했다. 41년간 발행된 월간교양지 '샘터'의 김성구 대표와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기 화가 사석원씨는 이날 CJ나눔재단 후원으로 열린 '찾아가는 CJ도너스캠프 데이 백일장 및 사생대회' 심사위원으로 이 학교를 찾았다. 신안군의 1004개 섬 중 하나인 팔금도는 작고도 먼 섬이다. 목포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배로 갈아타고 30분을 가야 한다. 좀처럼 섬 밖에 나갈 일 없는 팔금초 아이들은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김성구 대표는 "낙후 지역 아이들에게 경험과 연륜을 나눠주는 건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삶의 모델"이라고 행사에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석원 화백은 사생대회와 관련해 잊지 못할 일화가 있다고 했다. "어릴 때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던 학생이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생대회를 했는데 그날따라 선생님이 '우리 석원이가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고 하시더라고. 그때 나는 '내가 혹시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건가' 하면서 평생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어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회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됐다. 2학년 서연우(9)양의 글 '최고의 선생님 서연우'와 6학년 오선진(12)양의 그림이 장원상을 받았다. 축구 선수를 그린 6학년 문경진(12)군은 " 메시 같은 멋진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