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ALK] 밤샘 촬영 제한… 현실 모르는 일

"우린들 안 그러고 싶겠나. 그런데 현실을 너무 모른다."

방송가가 끓고 있다. 문화부가 20일 "쪽대본과 밤샘 촬영의 폐해를 없애겠다"며 드라마 연기자 하루 촬영 시간을 18시간으로 묶고, 사흘 연속 18시간 촬영을 이어갈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출연계약서 표준안 초안을 발표한 게 발단이다. 계약상 '갑'인 방송사·외주제작사는 물론이고, 표준안이 시행되면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연기자들까지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

연기자 측의 경우 배우 최민수는 20일 드라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년 전만 해도 6개월~1년 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달, 보름 전에 들어가다 보니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죽어나는 상황"이라며 "(표준안은) 좋은 얘기지만 관철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연예계에선 심지어 "배우들이 계약서 초안을 자세히 읽는다면 '결사반대' 운동까지 나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초안이 '연기자는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에 전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광고 촬영 등을 할 때 사전 상의해 프로그램에 지장이 없게 해야 한다'고 해 배우들의 드라마·광고 동시 촬영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방송사·제작사·작가·연기자들이 모두 '엮여 있다'는 걸 모르고 만든 너무 이상적인 안이다. 배우가 1주일 스케줄을 통째로 비워둔다면 우리부터 지키겠다"(방송국 드라마 PD A씨)고 한다. "캐스팅은 빨라야 두 달 전에 끝나고, 촬영은 보통 한 달 전부터 들어갑니다. 그 기간에 (얼굴) 고치는 연기자도 있으니까요. 촬영 들어가면 광고 촬영 시간 빼달라고 하고, 자기가 더 멋있게 보이도록 대본 고쳐달라고 해 새 대본 기다려야 하고. 그리고 이 드라마 저 드라마 나오는 조연 분들 시간 잡는 건 또 어떻고요." 외주제작사 대표 B씨도 "출연자들의 겹치기 출연, 짧은 제작준비 기간 등 몸통(방송 환경)이 변해야 꼬리(제작 관행)가 바뀔 텐데, 그 반대로 꼬리를 흔들어 몸통을 바꾸려는 게 잘 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