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自費로 내고 상금 3억 고스란히 기부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력'입니다. 이 돈이 그들의 자립과 미래를 위한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애인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이동한(61)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이 '2012 호암 사회봉사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3억원을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5일 "이씨가 상금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자비로 부담하고 상금 3억원은 한 푼도 손대지 않고 기부했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이 기부금을 이 이사장 의사에 따라 저개발국 장애인을 위한 해외지원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118번째 회원이 된 이 이사장은 '제주도 장애인의 대부'로 통하는 2급 중증장애인이다. 2세 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됐고, 수술받고 나서야 보조기와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이 불편한 몸으로 25년간 장애인 복지사업에 헌신해 왔다.

이씨의 복지사업은 '자수성가' 덕에 가능했다. 그는 어머니의 헌신 덕에 수술도 받고 학교도 다닐 수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자립'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제가 제주도 1호 계량기사입니다. 나중에 조경 면허까지 따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죠."

이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수도계량기·택시미터기 교체 일을 했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 졸업 후 1976년부터 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초등생 시절 '절름발이' '병신'이라고 놀림당할 때부터 '나중에 꼭 성공해 나 같은 장애인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와줘야 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1년 만에 목표를 이뤘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생긴 1987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춘강(春江)'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했다. 춘강은 이씨가 어릴 적 절에서 받은 법명이다. 이씨는 이어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 장애인근로센터,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재활시설 어울림터, 재활의료시설인 춘강의원 등을 세워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공로로 1997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했고, 2000년에는 제주시민상, 2001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이씨의 장애인 복지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작년 4월 제주시 구좌읍에 대규모 미로공원인 '메이즈 랜드'를 설립했다. 관광시설이지만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가정 가족 등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70％ 이상의 할인혜택을 준다.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애인이 사업한다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신기하고 우스운 일이었습니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장애에 기죽지 않고 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머리로 승부하려 노력했습니다. 전 죽는 그날까지 앞만 보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