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쓰레기 더미… 작품입니다

2002년 베이징, 64세의 주부 자오샹위안(趙湘源)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남편을 잃었다. 이후 그녀는 집에 틀어박힌 채 집 안을 잡동사니로 가득 채웠다. 쇼핑백, 세면도구, 옷가지, 책, 그릇…. 제발 버리라는 아들에게 그녀는 말했다. "네 아버지의 빈자리를 견딜 수 없구나. 네겐 쓰레기지만, 내겐 추억이다."

예술가인 아들은 2005년 베이징의 한 갤러리에 어머니의 잡동사니를 '버릴 것 없는(Waste Not·物盡其用)'이라는 '작품'으로 전시했다. 천창(天窓)에 네온으로 이렇게 썼다. "아빠, 걱정 마세요. 엄마랑 우리는 잘 지내요." 그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념미술가 쑹둥(宋冬·46).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와 올해 카셀 도큐멘타에 중국 대표로 참여했다. "가장 창의적인 중국 현대미술가 중 한 명"(뉴욕타임스)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서정성·아이디어 겸비한 中미술 대표 선수

"어머니를 치유하기 위해 예술의 힘을 빌렸다. 어머니는 처음엔 '내가 이렇게 지저분한 걸 알면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볼 거야'라며 반대했지만, 내가 '아니에요. 덕분에 제가 유명해질 거예요' 하자 기꺼이 승낙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쑹둥이 "부모란 자식이 잘된다면 뭐든지 한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는 8월 16일까지 루프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15개국 작가 비디오아트 페스티벌 '무브 온 아시아' 참여차 방한했다.

어머니에게 단언했듯, 잡동사니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광주 비엔날레(2006·대상 수상), 뉴욕 MoMA(2009), 샌프란시스코 YBCA(2011), 런던 바비칸 센터(2012) 등에 전시되며 전 세계를 여행 중이다. 한 여인의 절절한 사부곡(思夫曲)이자, 문화혁명 이후 중국인의 사고(思考)를 지배했던 '검약'의 집결체를 보여준다는 점이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서정성과 내러티브, 중국 전통을 현대와 조화시키는 점도 쑹둥이 국제무대에서 높이 평가받는 비결. 공원에 모래와 흙,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고 씨앗을 뿌려 50여종의 식물이 자라나도록 한 카셀 도큐멘타 출품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원(Doing Nothing Garden·白做園)'은 중국 정원의 '차경(借景)' 원리를 응용했다. 정원 밖 산이나 탑 등을 '빌려와' 정원의 일부로 자연스레 수용한다는 개념이다. "공원의 바로크식 건물과 도큐멘타 무대를 빌려와 작품에 끌어들였다." 이 작품은 독일의 대표적인 미술잡지 '아트'가 선정한 '도큐멘타 걸작 20선'에 포함됐다. 이번 '무브 온 아시아'에 내놓은 '산수 먹어치우기(Eating Landscape·喫山水·2005)'는 참치 토막 여러 개를 중국 전통 산수화처럼 배열하고 이를 젓가락 쥔 손이 먹어치우는 과정을 찍은 영상 작품. 이 역시 화분에 돌·모래 등으로 자연풍경을 재현해놓고 감상하는 중국의 '분재(중국에서는 盆景)'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