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50] 봇물 터진 '性 도서' 과장광고

1924년 5월 18일자 1면 하단에 명함 크기의 책 광고가 눈을 끌었다. '성학(性學) 대가'인 '택전(澤田)' 선생의 신저(新著)라는 '여의 나체미(女の裸體美)'. 깨알 같은 광고문은 '풍만하고 염려한 육체미 그 곡선미를 외설이라고 비천히 역이는 시대는 과(過)하얏다'고 선언하고, '나체는 대자연의 신비를 폭로한 미의 극치이외다. 본서는 세계 각국의 미인을 적나라하게 해부하야…''식자(識者)들이 경탄하는 바'라고 선전했다.

1920년대 신문엔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인 '남녀 성욕과(及) 성교의 신연구'를 비롯, '남녀 생식기 도해연구', '생식기 도해와 성교 임신 피임법' 등 비슷한 제목의 책 광고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성에 번민하는 청춘남녀여 일독(一讀), 해결의 건(鍵·열쇠)을 득(得)하라'거나(1924년 7월 13일자), '따님의 출가에 업지는 못할!'것이라며 은근히 시집갈 때 챙겨줘야 할 '필수품'으로 선전했다(1925년 11월 30일자).

책은 주로 '월경의 이유'나 '임신 피임법' '성교의 방법' 같은 '성교육'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유교 질서 속 남녀관계에 '자유연애'란 새로운 풍조가 유입된 시기였으니 이 같은 책의 수요가 풍부했을 만하다.

특히 변태 성욕을 다룬 '아귀도(餓鬼道)' 광고는 '발행 당일 3천부가 매진되고''20판'을 찍었다고 주장하면서 '몸의 털을 옷삭케하는'충격적 내용이라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1929년 3월 21일자).

'성'관련 책과 함께 '젊은이난 물론 노인이라도 일견에 형언할 수 업난 정열을 발동식히고 말''절세의 미인!! 나체 진(珍)사진'(1924년 7월 13일자) 같은 '나체 사진'집 광고도 흘러넘쳤다.

이들은 모두 일본에 우편 주문을 해야 받아볼 수 있었는 데, '나체사진'은 대개 해변에서 기생이나 여배우가 수영복 입고 헤엄치는 사진이나 장정들이 벌거벗고 땀 흘리며 일하는 사진이 배달되는 '사기 판매'였다(별건곤 1927년 12월 20일자).

1923년 경성에서 공진회가 열렸을 때 '춘화도'를 팔던 일당을 검거하고(10월 20일자), 1926년 박람회 때도 체포하는(5월 18일자) 등 일제는 음란한 사진이나 그림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폈기 때문에 신문 광고를 통한 음란물 판매는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나체'란 말에 '엉큼한 상상'을 하고 주문했다가 속은 것.

1930년대 이후 '사기 판매'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음인지 '나체사진' 광고는 거의 사라졌고 '성'관련 책 광고도 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