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홀로 염소를 키워 모은 1억원을 함양 안의고교에 기부한 정갑연(79)씨는 국민포장을 받는다. '염소 할머니'로 불리는 정씨는 작업복 서너벌이 가진 옷의 전부일 만큼 자신에겐 인색했다. 염소 먹이 나뭇잎을 뜯으러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팔이 부러졌을 때도 병원비를 아끼려고 나뭇가지로 부목을 했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할머니는 "내가 별일도 안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민망해했다.
37년 동안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젓갈을 팔아 번 돈을 대학과 초·중·고교에 기부한 유양선(79)씨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유씨는 1983년부터 현재까지 24억원을 기부했지만 전기료를 아끼려고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을 불빛 삼아 생활했다. 그는 "나는 못 배워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나처럼 되지 말라고 힘들어도 기부하는 거지"라고 했다. 충남 서산 출신의 유씨는 가난으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수상자들은 형편이 좋아 남을 돕는 게 아니었다. 역경 속에 있으면서도 선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4년 전부터 구두를 닦아 매년 430만원씩 가난한 이웃을 도와 대통령 표창을 받는 김정하(53) 목사는 2010년 루게릭병에 걸렸다. 그는 2년 전부터 교회 2층 입구에 쌀통을 놓고 항상 쌀을 채워 누구나 쌀을 퍼갈 수 있게 했다.
대통령 표창을 받는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57)씨는 한 번 등짐을 운반할 때마다 1만원을 번다. 그렇게 모은 돈을 1994년부터 사회복지시설과 특수학교에 기부해 왔다.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모두 2000여만원이다.
자기 기술을 활용해 남을 도운 이들도 상을 받는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이영수씨는 1998년 보일러 명장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을 정도로 보일러 기술이 일류다. 그는 이 기술을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부터 실직자와 노숙자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그로부터 기술을 배운 이는 500여명이다.
의술을 베푼 수상자도 있다. 서울 강남구 최윤근(69) 통증클리닉 원장은 외국인 근로자 4만5000명을 무료로 진료해줬다. 고영초(59)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1977년부터 철거 이주민, 영등포구 쪽방촌 생활자에게 무료 진료를 베풀었다. 고 원장은 "의사는 신에게서 재능을 받고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았기에 여든이 될 때까지 의료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추천포상 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추천을 받아 수상자를 결정하는 훈장 등 수여 방식으로, 올해가 두 번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31일까지 인터넷과 우편으로 473건의 추천서를 받아 공적 확인과 국민추천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