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다시 대형 장수 주식펀드로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1800선 밑으로 내려앉자,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1조원 넘는 돈이 순유입됐다. 그렇지만 주식형 펀드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나타났다. 정작 돈이 들어오는 상품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펀드시장에서도 대형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증시 상황이 불안할 때는 투자성과가 입증된 유명 펀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펀드도 "유명한 게 좋다"

금융투자협회의 최신 집계를 보면 지난 5월부터 이달 22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로 순유입(들어온 돈에서 나간 돈을 뺀 것)된 금액은 약 1조4320억원. 하지만 대부분 대형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로 몰렸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보면 5월 이후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국내 주식형 펀드 상위 목록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휩쓸었다. 자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은 JP모간의 '코리아트러스트' 펀드였다. 그 뒤를 한국투신운용의 '네비게이터' 펀드와 '한국의 힘' 펀드, KB자산운용의 '한국 대표그룹주' 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 펀드 등이 이었다. 투자 대상을 테마별로 보면 삼성그룹에 속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끈 편이다.

올 들어 꾸준히 돈이 빠져나간 해외 주식형 펀드도 이름이 잘 알려진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투협 자료를 보면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2900억원 넘게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수탁고(투자자들이 맡긴 돈)가 늘었다. 이 상품은 미국 애플과 스타벅스 등 업체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인기가 많은 주식형 펀드의 특징은 만들어진 지 최소 3년 이상 된 장수 펀드고, 자금 규모도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웃도는 대형 펀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증시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투자성과가 검증된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는 자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도 쉽게 바뀌지 않는 편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형사 대표 펀드의 경우, 적립식으로 꾸준히 돈을 붓는 투자자 수가 많을 뿐더러 이름이 잘 알려진 만큼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으기도 쉬운 편"이라며 "어떤 상품을 고를지 잘 모를 때는 '브랜드 네임'이 있는 대형 펀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 불안하면 주식 비중 낮춘 상품을

투자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투자금액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다달이 적립하는 펀드도 원할 때 추가로 입금할 수 있는데,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돈을 추가로 넣으면 주식이 쌀 때 더 많이 살 수 있다. 다만 이 투자법은 앞으로 증시가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반드시 급하게 찾을 일 없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인다.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하기 불안할 때는 주식 비중을 낮춘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의 김재홍 차장은 "증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면 채권이나 현금 자산에도 투자금을 나눠두는 혼합형 펀드나 주식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자산배분형 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펀드는 자금을 배분하는 비중에 따라 유형이 나뉘는데,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전체 자금의 60% 이상이면 주식형 펀드이고 50% 이하면 혼합형 펀드다. 자산배분형 펀드는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증시 상황을 보고 주식 비중을 최소 0%에서 최대 100%로 조정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