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742명… '가족 찾기' 기록의 사나이

세계 최고 기록만 모아놓는 기네스북(Guinness book) 등재에 대한민국 현역 경찰관이 도전한다. 종목은 잃어버린 가족 찾기. 2002년부터 10여년간 그가 주선한 상봉(相逢)만 3742건이다.

27일 한국기록원은 "경기 남양주경찰서 이건수(44) 경위가 우리나라에서 헤어진 가족을 가장 많이 찾아준 경찰관으로 인정된다"면서 "이 경위의 기록에 대해 기네스북 등재 절차도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관 개인이 대한민국 최고기록으로 공식 인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경위의 주특기는 편지쓰기다. 그동안 7만2000여통을 썼다. 입양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헤어진 사람은 대부분 이름 석 자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헤어진 사연을 보내오면, 이 경위가 동명이인을 찾아내 편지를 띄우는 식이다. 편지는 "헤어진 가족 찾기를 신청하신 분이 이름밖에 모르고 있습니다. 부득이 같은 이름을 가진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는 실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쓴 편지만 매달 600여통. 10년이 넘었다.

1960년대 집안 사정으로 남의 집에 아들을 버렸다는 백모 할머니가 이 경위가 기억하는 첫 번째 '의뢰인'이다. 고생 끝에 만난 모자(母子)는 2~3분의 어색한 적막 끝에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 경위는 "헤어진 가족이 서로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콧날이 시큰거린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생활고 등의 이유로 어린 시절을 부모님과 떨어져 보낸 기억이 있다. 교통비가 없어 한 해에 2번 정도만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타지(他地)생활의 설움과 배고픔보다 더 힘겨웠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면서 "헤어짐의 아픔을 가진 주변 이웃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그의 책상 한쪽에는 구구절절한 이산(離散)의 사연이 담긴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젖먹이 때 헤어진 어머니를 찾아달라며 이 경위를 찾아온 허모(64)씨는 가까스로 만난 구순(九旬) 노모를 얼싸안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허씨는 "어머니가 끓여준 흰죽을 먹으며 밤새도록 울먹였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이 경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남편의 친어머니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편지와 결혼식 사진을 보내온 젊은 신부도 있었다. 이 경위는 2년 전에 받은 이 편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남편의 친어머니께서 혼주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잊지 못할 거예요. 가족이란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