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좋은 영화, 우리 손으로 남긴다"… 팬들이 만드는 블루레이 디스크

'색, 계'(2007), '만추'(2010) 등에 출연한 홍콩 여배우 탕웨이(33)는 최근 사진 한 장을 국내의 한 DVD 제작사에 보냈다. 작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무협'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에는 "DP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탕웨이입니다"라는 그의 친필 글이 적혀 있었다.

탕웨이가 감사의 뜻을 전한 'DP 여러분'은 국내 온라인 DVD·블루레이 디스크 커뮤니티 'DVD프라임' 회원들. 이들은 회원들이 돈을 모아 제작비를 대는 '사전 펀딩 방식'으로 '무협'의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선주문을 통해 일정 정도 손익분기점을 맞춰주면 블루레이 디스크 제작사가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DVD프라임 회원들이 영화를 블루레이 디스크로 만들기 시작한 건 지난 2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을 사전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블루레이 디스크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올라오면서부터다. 당시 이 영화는 DVD로 출시됐지만, 블루레이는 손익분기점(1000~1500장)을 넘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DVD프라임 회원들과 운영진은 온라인으로 선주문·선입금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았고, 1000명을 넘기며 영화를 블루레이 디스크로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화가 블루레이 디스크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장철수 감독은 디스크가 출시되자 하나하나 친필 사인을 해주며 힘을 보탰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블루레이 프로젝트'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 '시'(감독 이창동), '외출'(감독 허진호), '초속 5센티미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이상 감독 신카이 마코토)를 거쳐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이상 감독 홍상수) 등 모두 7편이 블루레이로 만들어졌다. DVD프라임 운영자 박진홍(43)씨는 "앞으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소장가치가 있는 영화를 대상으로 블루레이 출시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

한 장에 25~50GB(기가바이트) 용량의 동영상을 담을 수 있는 광디스크. DVD 디스크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저장 용량은 블루레이가 5배 이상 많아 풀HD(초고화질)나 고음질 영상을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