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천재아들 둔 모차르트(작곡가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조기교육하다 밑지는 장사

작곡가의 아버지 가운데 어쩌면 레오폴트 모차르트(1719~1787)만큼 저평가 받는 인물도 없을 겁니다. 빈으로 탈출해서 자유 음악가의 길을 택한 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는 달리 아버지 레오폴트는 평생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가로 살며 봉건적 질서에 의문을 품지 않았지요. 때문에 레오폴트는 종종 아들 앞길을 막을 뻔했던 완고한 아버지로 묘사됩니다. 그는 '장난감 교향곡'을 비롯해 적지 않은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이 교향곡은 하이든의 작품으로 한동안 잘못 알려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요.

하지만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아들 모차르트와 딸 마리아 안나(1751~1829)의 음악적 재능을 일찍 간파하고 다양한 악기를 조기 교육했던 '극성 부모'의 원조입니다. 아들 모차르트의 여섯 살 생일을 앞둔 1762년부터 유럽 궁정에서 순회공연을 주관하며 자식들의 재능을 널리 알리고자 했지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숨은 면모를 조망한 책이 최근 국내 소개됐습니다. 아들 모차르트가 태어난 해인 1756년 그가 출판한 '바이올린 연주법'(예솔)이지요. 1764년 초판이 매진된 이후로 개정을 거듭하며 유럽 전역에서 바이올린의 필수 교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모차르트 연구자인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만약 천재 아들이 없었더라도 '바이올린 연주법'의 저자로 그는 음악사에 당당하게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지요.

대대로 음악 명가로 꼽혔던 바흐와 달리,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책 제본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17세에 부친을 여??니다. 잘츠부르크의 수도원 대학에서 철학과 법률 등을 공부하면서 바이올린은 홀로 연마했습니다. 바이올린의 기원과 종류, 구체적 연주법을 망라한 이 책도 철저하고 꼼꼼한 노력의 산물이지요.

"쉬운 곡을 박자대로 잘 연주할 수 있기 전에는 초보자에게 어려운 곡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학생은 처음 시작했던 속도로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구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스승과 학생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습니다. 활 잡는 법부터 음정에 맞게 연주하는 법과 운지법까지 레슨 현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설명도 소상하고 자세하지요. 18세기 이후 바이올린 연주법 교재로 활용됐던 이 책은 최근 바로크 음악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당대 연주 방식을 살필 수 있는 사료(史料)로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책과 더불어 그의 인생까지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