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상장한 증시를 스스로 박차고 떠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상장사로 남아 얻는 것보다 증시를 떠나 아낄 수 있는 비용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넥스콘테크놀러지(이하 넥스콘)는 27일 자진해서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차전지 부품을 만드는 넥스콘은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혜주로 꼽히면서 연일 주가가 오른 기업. 최근 넥스콘의 최대주주가 된 일본 투자회사 넥스홀딩스는 이를 위해 주식을 공개 매수할 예정이다. 넥스콘 관계자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인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장을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넥스콘의 주가는 10% 넘게 올랐는데, 넥스홀딩스가 제시한 매수가격(1만6500원)이 넥스콘의 전날 주가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 팔래스호텔을 운영하는 웨스테이트디벨롭먼트(이하 웨스테이트)가 상폐하기로 결정했다. 웨스테이트 측이 내놓은 공개 매수가격은 주당 5500원. 최근 웨스테이트의 주가는 여기에 근접한 54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투자업체 화인파트너스가 한국개발금융 주식을 100% 사들인 다음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개발금융 관계자는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운영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인데, 우리 회사는 그동안 유상증자를 한 적이 없어 상장사로서 받은 혜택은 별로 없는 반면 공시담당팀을 두는 등 비용은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 84.35%까지 지분을 늘린 화인파트너스가 산정한 공개 매수가는 주당 2만3000원이고, 한국개발금융의 주가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