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주식시장… ETF(상장지수펀드)는 나홀로 인기

투자자들이 떠나 가뭄 든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키워드)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은 월평균 거래금액이 4조원대까지 줄어 전년 월 평균(6조8631억원)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올 초 20조원을 웃돌던 고객 예탁금도 17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ETF는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지난 2월 4711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더니 이달엔 5200억원을 돌파했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도 12%를 넘어섰다.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는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이면서 스마트한 투자자들 입맛에 수수료가 싸고 증시 변동성을 활용하기 좋은 ETF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변동성에 강하면서 수수료 저렴

올 들어 주식시장은 유럽 위기에 대한 불안심리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심리가 교차하면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박스권 장세가 ETF에는 오히려 투자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고수익·고위험 성격인 개별 종목보다는 전체 시장을 아우르는 주가지수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ETF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나는 일반지수형을 비롯,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형, 지수가 오르면 두 배의 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형 등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어 적절히 조합하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

또 적은 투자금으로 비싼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조막손' 투자자들은 주당 1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삼성전자가 편입돼 있는 '삼성그룹주 ETF'에 투자하면 주당 1만원 안팎의 쌈짓돈으로 삼성전자 주식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시간으로 거래하면서 환매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단기간 투자해 수익을 내는 '히트 앤드 런(치고 빠지기)' 전략을 펼칠 때도 유리하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요즘처럼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수수료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는데, ETF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보수가 싸기 때문에 더욱 인기"라고 말했다. 일반 액티브(성장형) 주식형 펀드는 1년에 수수료로 1.5~2%를 내야 하지만, ETF는 최저 0.15%만 내면 되어 경제적이다.

◇지수형 ETF 3형제로 안전운행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ETF는 총 121개다. 그런데 종목별로 거래량 편차가 매우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이 1만주가 넘지 않은 종목이 94개로 78%에 달했다. 하루 거래량이 1000주에도 미치지 않는 '좀비 ETF'도 59개나 됐다. 이런 ETF는 거래량이 너무 적어 팔지도 못한 채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 또 단기 거래를 자주 하면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ETF 투자법은 무엇일까. 삼성증권은 일반지수형·인버스형·레버리지형 등 지수형 ETF 3형제를 적절히 조합해서 위험은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권한다. 평소에는 일반지수형 ETF로 보유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레버리지형, 주가가 급등하면 인버스형으로 갈아탄 뒤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다시 일반지수형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올 6월 11일 기준으로 일반지수형 ETF와 인버스 ETF에 각각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8.7%, 4.9%이지만, 지수형 ETF 3형제를 갈아타면서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1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ETF(상장지수펀드)

코스피200 등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펀드를 만든 뒤 이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파는 상품이다. 펀드처럼 여러 종목을 묶어놨지만, 증권사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