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우리 맛] 초여름, 한입 베어물면 새콤~달콤~

살짝 깨물면 연한 과육에서 새콤하고 달콤한 즙이 흠뻑 배어 나와 입안을 적시는 자두.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고이게 하는 자두는 초여름을 대표하는 과일로 요즘이 제철이다. '자도(紫桃)' '오얏(李)'이라고도 한다.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한반도에서도 오래전부터 재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맛이 박하고 모양이 작다"고 쓴 걸 보면 우리 선조들은 그리 좋은 평가를 하진 않았던 듯하다.

요즘 우리가 먹는 자두는 한말 이후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대석·포모사·홍로생 등 품종이 다양하다. 경북 김천 양각마을은 대표적인 자두 산지이다. 2006년 '자두특구'로 지정된 김천은 전국 자두 생산량의 27%가량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양각마을은 김천 자두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지난 22일 양각마을을 찾았다. 시중에선 이미 자두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전국 최대 자두산지인 양각마을에서는 "27~28일쯤부터 자두 수확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 마을 자두나무에 달린 열매는 빨강 수채물감이 연둣빛에 차츰 퍼져 나가는 정도이지, 잘 익은 자두의 짙은 붉은빛이 아니었다. 양각자두정보화마을 이영하(56) 위원장은 "요즘 시중에서 팔리는 자두는 빨리 출하하기 위해 억지로 익힌 것"이라면서 "자연적으로 익은 자두는 6월말부터 수확이 시작된다"고 했다. "자두를 인위적으로 익히면 검은 붉은색이 납니다. 몸에 해롭진 않지만 시어서 못 먹습니다. 자연적으로 익은 자두는 노르스름하면서 밝은 붉은색이죠. 새콤하지만 단맛이 더 강합니다." 실제 제대로 익은 자두는 12브릭스(Brix·단맛을 측정하는 단위) 정도로, 사과보다도 달다.

자두는 수확시기가 1주일에서 길어야 열흘에 불과하다. 쉬 무르고 저장기간도 짧아 장기 보관이 어렵다. 그래서 수확철이면 자두 농가들은 새벽부터 바쁘다.

이영하 위원장은 "새벽 5시 반이면 밭에 나가서 10시까지 수확하고 선별해서 오후에는 시장과 마트로 출하한다"고 했다. 6월 말 처음 수확하는 품종은 '대석'이다. '대석조생'이라 부르기도 한다. 자두 표면에 하얗게 올라온 '분'이 고스란히 붙어 있도록 조심조심 가위 없이 면장갑을 낀 손으로 따서 망태기에 담는다. 대석조생 수확이 끝나면 다음은 산지에서 흔히 '후무사'라고 부르는 '포모사' 차례다. 이 위원장은 "포모사가 가장 맛있고 열매도 굵다"고 했다. 이어 홍로생→수박자두→홍자두→태양→추희의 순으로 8월 초까지 수확이 이어진다.

이영하씨에게 자두 고르는 법과 보관법을 들었다. "하나를 먹더라도 큰 걸 드세요. 자두는 무게로 등급을 구분하는데, 적어도 60g 이상은 돼야 제대로 자두 맛을 볼 수 있어요. 가능하면 개당 80~90g 나가는 특품(特品)을 드시고요. 밝고 누르스름하면서 붉은빛이 돌면 자연적으로 잘 익은 자두입니다. 겉면에 붙은 분은 당분이 올라온 것이지 농약이 아니니 씻어내지 마세요. 자연 숙성해 출하한 자두는 집에서 더 익혀서 드실 필요가 없으니 실내에서 상온 보관하지 말고 냉장고에서 차게 뒀다가 드세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양각마을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개에 80g 이상 나가는 굵은 자두만 골라서 택배로 부쳐준다. 3㎏ 1상자 2만8000원, 5㎏ 1상자 4만원(택배비 포함). (054)434-1115, 010-3131-0665. www.yanggak.inv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