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몸매 버린 소주광고…'한가인 힐링' 대박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상식파괴 마케팅'이 유행이다. 과거에도 '역발상 마케팅'이 시선을 끌긴 했지만 '브랜드 피로증(brand fatigue)'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고객들은 기존의 여러 가지 마케팅에 식상해하고 있다. 좀 더 충격적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파괴 마케팅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은 식품·외식업계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제품에 바코드가 2개 있는 '미네워터'를 선보였다. 이 먹는샘물 병에는 일반 바코드 외에 물방울 모양의 바코드가 하나 더 있다. 계산할 때 물방울 바코드까지 찍으면 고객은 100원을 더 부담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기금으로 기부하게 된다. 여기에 제조사(CJ제일제당), 유통사 100원 등이 보태져 총 300원의 기금이 물 한 병 판매될 때마다 쌓이게 되는 것이다. 상품 가격 부담을 더 높이는 이 상식을 파괴한 마케팅은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미네워터 구매자의 51%가 기부에 동참했고, 이 제품이 출시된 2주 동안 기존 판매량 대비 244%의 매출 신장을 가져왔다.

도미노피자는 기존 두껍거나 얇기만 했던 도우(dough·반죽)에서 탈피해 서로 다른 두 겹의 도우 사이에 치즈케이크를 무스 형태로 넣어 전혀 새로운 피자의 식감을 낸 '치즈케이크샌드' 피자를 만들었다. 전혀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피자와 치즈케이크의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내추럴플랜'이라는 우유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선 예약, 후 공급'이라는 독특한 판매방식을 도입했다. 낡은 공급방식 같지만 곡물사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목초를 70% 이상 먹인 소에서 착유한 고급 우유를 1만3000여명 전국 '야쿠르트 아줌마'가 1인당 2개 정도만 판매한다는 전략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상식파괴 마케팅은 식품·외식업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안경유통기업 중 급성장하고 있는 룩옵틱스는 감소세를 보이던 안경시장에서 '안경은 얼굴이다'를 마케팅 콘셉트로 정하고,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고객이 매대 위에서 안경을 골라 바구니에 담아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고, 2PM, 티아라와 함께하는 클럽파티도 열었다. 룩옵틱스는 작년 매출 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KT는 올레TV 스카이라이프 '볼거리 빵빵' 캠페인을 통해 과자를 덤프트럭에 가득 싣고 고객들을 찾아 나눠주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다. 디지털 기술로 대변되는 KT가 아날로그의 상징물인 과자를 활용하는 상식파괴의 아이디어로 올레TV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KT는 '상식파괴 시즌2'로 고객이 좋아하는 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 중계를 하는 '편파야구중계'를 만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랙티브 광고, 보해의 '월' 힐링 광고는 기존 주류 광고와는 달리 여수밤바다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영화 형식으로 제작돼 캠페인 시작 열흘 만에 55만명이 시청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캠페인은 모델 한가인씨의 '이 집 맛있어요'라는 서명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외식점주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지난주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2개 수상한 삼성전자 인사이트 캠페인은 스마트 시대에 소외된 이들까지도 끌어안는다는 콘셉트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가르치고 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상식파괴 아이디어는 100차례 이상 언론에 보도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런 상식파괴 마케팅이 주목받는 것은 우선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 남들이 하지 않았던 시도에는 소비자들의 눈길이 모이기 마련이다. 상식파괴 마케팅은 또 소비자들이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심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보편적인 것을 찾으면서도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엉뚱하거나 기발한 것에 큰 관심을 보인다. 상식파괴 마케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소비자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점이다. 특히 제품의 기능이 비슷할 경우엔 강력한 충격 효과를 주는 상식파괴 마케팅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광고회사 BBDO의 설립자이자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의 창시자인 알렉스 오스본은 "아이디어란 터무니없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상식파괴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매력 있는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