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막아라] 취득세 감면 등 주택 거래 숨통 틔워줘야

집값 하락으로 주택 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집값이 하드랜딩(경착륙)하면 대출 부실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버블'이 일시에 붕괴되지 않도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받아줄 수 있는 수요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단기·변동금리' 방식에서 '장기·고정금리'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수요 저변 넓히는 대책 필요

대출 부실을 막으려면 주택 거래 활성화가 시급하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싼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게 문제다. 김우희 저스트알 대표는 "거래를 살리려면 다양한 수요 유인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작년 말로 종료된 주택 취득세 감면이다. 취득세의 경우 작년 말까지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들인 1가구 1주택자는 주택 구매가격의 1%,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는 취득가액의 2%를 취득세로 냈었다. 그러나 올해는 취득세율이 각각 2%와 4%로 올랐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지난해 주택거래 급증에 가장 효과가 컸던 대책이 취득세 감면"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수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만 약 120조원이 투자된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일부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수혜 대상이 아주 제한적이고 결국 개인 소유 주택으로 변해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예산의 10분의 1만 사용해 민간 주택시장의 미분양 아파트나 도심의 저렴한 주택을 사들여 서민에게 임대한다면 주거복지 향상과 주택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정부가 '제로(0) 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작년 11월 새누리당 일각에서 논의한 적이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1년 안에 10만여 가구의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에만 국민주택기금에서 연 10조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연간 1조~2조원만 생애최초 주택대출로 돌리면 이자 손실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주택대출 구조 안정적으로 바꿔야

금융 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은행의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재조정)을 확대 시행해 '하우스 푸어'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할 조짐을 보이는 대출자를 상대로 이자를 깎아주거나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거치식·변동금리·원금 일시상환' 방식이 주종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를 '비거치식·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비중이 커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단기간 부실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대출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중도해지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