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작년 말보다) 7% 떨어지면 부실채권 13조 늘어

1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작년 말보다 전국 평균 7% 하락할 경우(시나리오①) 금융권의 부실 채권(대출금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 기준) 증가액이 13조7868억원, 14% 하락할 경우(시나리오②) 22조33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회사가 어느 정도의 부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으로, 이번 테스트는 지난 3월 이뤄졌다.

◇시나리오① : 저축은행 연쇄 도산

금감원은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7% 하락하는 상황에서 서울 지역은 11.5%,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4.3% 하락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럴 경우 은행권에서 4조212억원의 대출 부실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지난해 시중 은행 당기순이익 7조7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것이다. 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회사들도 각각 1조311억원, 6조7322억원의 대출 부실이 발생, 연쇄 도산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 채권 13조7868억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금융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92%에 해당하는 돈이다.

◇시나리오②: 한국 경제 총체적 위기

전국 주택 가격이 14% 급락하고, 서울 지역은 23%, 강남 3구는 28.6%까지 주택가격이 추락하면, 은행권은 6조5153억원, 상호금융은 10조원 이상의 부실 대출에 허덕이게 된다.

금감원은 시나리오②가 현실화할 경우 10억원당 고용 효과가 10.3명에 달해 전체 산업 중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좋은 건설업 경기가 급격하게 냉각돼 일자리가 대폭 줄고, 가계 부실이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들어 5월 말까지 집값 하락폭은 서울 지역 0.7%, 강남구가 1.5%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시나리오①이 현실화되더라도 금융 산업이 받게 될 충격은 엄청난 수준이라 가계 부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