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어달리기… 개신교 장기기증 50만명 눈앞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사망자가 25만명이었지만, 사후에 각막을 주고 간 사람은 260여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20만명 중 10%, 약 2만명은 각막 이식만 받아도 다시 앞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이렇게 교회 다녀 보니, 성가대원들은 다들 장기기증 등록에 앞장서 주시더라고요."

1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우리지구촌교회에서 열린 장기기증예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영수(51) 대외협력팀장이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하자 교인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장기기증'이라는 말에 조금 긴장했던 예배 참석 교인 200여명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이 교회 조상훈 담임목사가 이어서 말했다. "자, 여러분, 살아 있는 동안 빼가지 않습니다.(웃음) 죽어서 화장되거나 땅에 묻힐 몸,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내어주실 분 자랑스럽게 서약서를 들어 올려주세요." 우리지구촌교회에서는 이날 참석 교인 절반이 넘는 118명이 사후장기기증자로 등록했다. 박 팀장은 "일반 기업 강연에서는 동참률이 10~20% 정도지만 교회는 적어도 50~60%, 많으면 교인 80%가 참여할 때도 있다. 젊은 교인이 많을수록 참여율도 높다"고 했다.

◇21년 만에 개신교인 50만 돌파 눈앞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1일 "지난 1991년 본부 설립 뒤 사후 장기기증 등록자가 지난달 말로 약 70만명이었고, 그 가운데 49만8000여명이 기증예배를 통해 등록한 개신교인이었다"며 "한 주에 1000여명씩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7월 중순쯤에는 개신교인 장기기증 등록자가 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국 2000여 개 교회가 장기기증에 참여했다. 본부 측은 "2000년에야 교회 관리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참여 교회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개신교계의 장기기증 참여가 활발한 데는 대형교회들의 적극적 역할이 컸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는 1993년부터 5차례 장기기증예배를 열었고, 지금까지 총 1만6083명이 기증 서약을 했다. 단일 교회 장기기증 최다 기록이다. 분당 지구촌교회는 지난 2009년 창립 15주년 예배에서 하루 만에 8035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장 구체적인 이웃사랑 실천"

본부를 통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자기 신장을 떼어준 사람 숫자도 지난달 말까지 925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28명이 개신교 목사다. 작년 12월 장기기증예배를 통해 교인 706명이 기증 서약을 한 서울 인헌동 시냇가푸른나무교회에서는 담임 신용백(55) 목사가 지난 2월 신장을 기증했다. 2010년 3월에는 용인 신갈장로교회에서 229명이 장기기증을 서약했는데, 이 가운데 교인 윤순옥 집사(54)가 같은 해 10월 혈액투석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생면부지의 조선족 청년에게 신장을 떼어줬다. 작년 8월에는 서울 새소망교회 왕희광(43) 목사가 박모(여·55)씨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하고, 박씨의 아들 최귀헌(29) 전도사가 또 다른 환자에게 신장을 떼어주는 '신장 이식 릴레이'도 있었다. 본부는 "그동안 본부를 통한 신장 이식 릴레이는 7팀이 1차례, 5팀이 2차례, 4팀이 12차례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 첫 기증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피기증자 가족들이 신장 기증에 동참한 사례였다.

2007년 3000여명이 장기기증에 동참한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김형준(55) 담임목사는 "기독교인에게 사후장기기증은 자신의 생명을 나누는 신앙고백과 같은 일이며,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의 가장 구체적 실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