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첫 연기… 이런 남친, 여성들의 로망?

케이블 채널 tvN 수목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품을 법한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드라마다. 어릴 때부터 사귄 잘생긴 남자친구. 마당이 있는 예쁜 주택. 가끔 서로 그립고 필요할 땐 한방에서 잠들지만, 보통은 각자 따로 연애하는 관계…. "말도 안 되는 설정"이란 의견도 있지만 같은 시간대 케이블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 20~30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젊은 여성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엔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얘기"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는 의견이 넘친다.

여성 판타지의 정점(頂點). 그 꼭짓점엔 여자주인공 주열매(정유미)의 오래된 남자친구 '석현'을 연기하는 배우 이진욱(31)이 있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외모. 그러나 가끔은 짓궂은 표정을 반짝 보여주는 이 남자. 여성 시청자는 그런 그를 보며 때론 '환상'을, 때론 '현실'을 본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이진욱을 만났다.

―전작(前作)들에선 반듯하고 착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는데 이번엔 오래 사귄 여자친구에게 "결혼은 싫다"고 말하는 시나리오 작가를 연기한다.

"내가 그동안 좀 심심한 이미지였다. 다들 날 정의롭고 소신 있고 지고지순한 사람으로 안다. 사실 난 노는 것도 좋아하고, 장난도 잘 치고, 가끔 필요하면 욕도 하는 보통 남자인데(웃음).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고른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사람들이 잘 보지 못했던, 내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샤워 키스신 등 석현과 열매의 진한 애정신이 계속 나온다. 부담스럽지 않나.

"극 중 열매는 '석현이와의 키스는 최고였다'라고 혼잣말까지 한다. 진짜 고수처럼 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한참 고민했고 처음엔 힘들었다. 결론은 '배려하자'였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부드럽게 하려고 했다. 그래도 모니터를 볼 때마다 매번 아쉽다. 더 근사하게 갔어야 했는데…."

―로맨스물인 만큼 미세한 감정, 몸짓이 중요할 듯하다. 예전 연기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나.

"지금까지는 상황에 대한 계산을 많이 하고 연기에 임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래서 처음엔 백지장을 들고 서 있는 기분이더라. 좀 막막했다. 상대역 정유미씨가 도움을 줬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대사를 함께 주고받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리듬이 생긴다. 그 안에서 힘을 빼고 움직이면 되더라."

―어릴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나, 아니면 잘생긴 외모 때문에 배우가 된 건가.

"원래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전 과목 공부를 다 잘하진 못해서 포기했다. 20살쯤엔 뭘 해야 하나 계속 생각했다. 영화·드라마·책을 닥치는 대로 봤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했고, 무작정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출연했던 연극이 '스트립티즈'였는데, 난 손만 나왔다. 손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그게 즐겁고 좋았다."

―연기 시작하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 선배를 짝사랑하는 '민현중' 역할로 데뷔했다. 그 후 여러 작품을 했는데, 찍을 때마다 항상 힘들었다. 2008년 SBS 드라마 '유리의 성'을 찍을 때 박근형 선배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굳이 감정을 이끌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흐름에 몸을 맡기면 연기가 나오는구나'를 배웠다."

―이번 드라마를 마치면 이진욱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더 편하고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여자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 이 작품 하면서 말 한마디만 부드럽게 건네도 여자는 감동한다는 걸 알았고, 새삼 내 과거 연애를 돌아보게 됐다. 다시 시작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