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백사장 34곳(조사 대상) 중 18곳 심각하게 침식

요즘 강원도 강릉 영진해변 주민들은 항상 도로가 무너질까 봐 불안하다. 수년 전부터 해안침식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김태수(40)씨는 "어릴 적에 비해서 백사장이 절반 정도는 사라졌다"며 "바닷가 2차선 해안도로가 몇 년 전 침식으로 무너져 임시 복구를 했는데, 올해 또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삼척 원평해수욕장의 김종구(65) 침식대책위원장은 "원평해수욕장은 해변이 다 사라졌고 소나무도 300그루 정도가 뽑혀 나갔다"며 "해안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파도가 높다는 소식만 나오면 (바닷물이 들이닥칠까 봐)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여름철 피서업으로 생계에 도움을 받았지만, 백사장이 줄어들면서 해수욕장 운영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강원 동해안의 해안 침식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가 해안침식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 2011년 실시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 결과, 동해안 조사 지점 10곳 중 9곳의 비율로 해안침식이 이미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도 연안 침식 모니터링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고성군부터 삼척시까지 동해안 6개 시·군 34곳을 조사한 결과 18곳이 'D(심각)'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이미 해안침식이 진행돼 도로와 상가 등 배후 구조물까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또 침식 발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C(우려)'등급도 13곳이나 됐다. 전체 34곳 중 31곳이 C, D등급을 받은 것이다. 안정적인 백사장을 유지하는 'A·B(양호·보통)'등급은 3곳에 불과했다.

D등급인 속초 영랑동 해변은 지난 2001년 3만9274㎡였던 백사장이 2010년에는 2만115㎡로 반토박 났다. 1만9000여㎡가 줄었다. 영랑동(속초)과 공현진, 봉포(이상 고성), 남항진-염전지역(강릉), 어달해변(동해) 등 5곳을 실측한 결과 2000년대 초 총 74만6243㎡에 달했던 백사장 면적이 2010년에는 65만2584㎡으로 줄어들어 13%가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대 해양건설시스템공학과 김인호 교수는 "동해안 백사장이 줄어드는 것은 인위적 요인과 자연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선 사방사업 등으로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토사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백사장에 유입되는 모래의 양도 적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방파제와 해안도로 등의 해안가 구조물이 파도의 세기와 방향을 바꿔 특정 지역에서 침식이 발생하는 것이 인위적 요인에 속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자연적 요인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다 환경의 변화로 높은 파도가 생겨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포해수욕장도 올해 갑작스레 높아진 파도 때문에 해안가 백사장 150m가 파도에 씻겨 내려가 '모래절벽'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