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선왕조실록(오대산사고본) 넘겨라" 서울대에 통보

서울대가 2006년 도쿄대로부터 돌려받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국보 151-3호)을 국립고궁박물관에 빼앗기게 생겼다. 문화재청이 지난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오대산사고본(史庫本) 74책을 고궁박물관으로 옮기겠다는 공문을 서울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반출됐다가 2006년 도쿄대가 돌려준 47책과 규장각이 경성제대 시절부터 소장하던 27책까지 보태 오대산사고본 74책 전부를 문화재청 산하 고궁박물관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최종덕 문화재보존국장은 "연초부터 서울대와 오대산사고본을 넘겨받기 위해 협의를 계속해왔다. 7~8월 중에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규장각은 정족산사고본 1181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록이 훼손될 위험을 분산하고, 일반인들이 실록을 관람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서울대 규장각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 2곳만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서울대에서 실록을 빼내오게 된 데는 지난 1월 시행된 서울대 법인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유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관리·총괄하는데, 서울대 법인화로 그간 학교가 소장한 실록에 대해 고궁박물관이 관리하도록 절차를 밟은 것이다.

서울대 이정동 기획부처장은 2일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소장한 문화재를 일괄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화재청과 협의해왔는데, 느닷없이 오대산사고본을 고궁박물관에 넘기라는 공문을 받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3일 오후 박명진 부총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編年體)로 기록한 책. 조선 후기부터 정족산·태백산·적상산·오대산 등 4곳에 사고(史庫)를 만들어 각각 1부씩 보관했다. 오대산사고본은 1913년 전체가 도쿄제대에 반출됐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소실됐다. 1932년 27책만이 경성제대로 이관돼 1973년 국보 151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