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건너온 9세 연하 신랑과 합방한 노처녀 '흑두부'

국내에 단 한 마리뿐이던 아메리카테이퍼 암컷 '흑두부'가 9살 아래 수컷 '검은콩'과 합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인 아메리카테이퍼 2세 출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메리카테이퍼는 말·당나귀·코뿔소 등과 함께 기제목(目)에 속하는 포유류로 코끼리 코와 같이 긴 코와 곰 같은 몸통, 짧은 다리를 가져 '신이 만든 실패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지난 4월 26일 국내에 들어온 '검은콩'이 '흑두부'와 지난달 합사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흑두부는 지난 1999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나 올해로 13살. 아메리카테이퍼 평균 수명이 25년임을 고려하면 이미 중년을 넘어선 나이다. 지난 2002년과 2004년 부모를 차례로 잃은 흑두부는 국내 유일한 아메리카테이퍼로 살아오면서 '노처녀'가 됐다. 서울동물원은 국제적인 희귀동물인 아메리카테이퍼 종 보전을 위해 흑두부의 신랑감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동물원 측은 지난 2월 일본 나고야 동물원과의 협상에 성공해 수컷 '검은콩'을 들여왔다. 수송료를 포함해 새신랑인 검은콩을 들여오는 데 7000여만원이 들었다. 두 마리는 10일간 '적응' 기간을 거쳐 지난달 합사에 성공했으며 6월까지 이어지는 짝짓기 시기를 함께 보냈다.

동물원 측은 흑두부 임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영양과 건강 상태를 유의해 돌보는 중이다. 아메리카테이퍼 임신 기간은 13개월에 달하기 때문에 아직 임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