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에 패션쇼 연 피에르 가르뎅

"나는 여전히 내일을 위해 가솔린을 비축하고 있답니다."

구순(九旬)의 전설적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수년 만에 남성복 패션쇼를 열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로 데뷔 65주년을 맞는 그는 이날 우주선에서 방금 내려온 것 같은 복고풍의 '우주복 패션' 138점을 선보였다. 가르뎅은 인공위성 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우주시대 룩(space age look)'을 발표해 선풍적 화제를 모았었다.그의 스페이스 룩은 이후 공상과학 영화 속 의상 디자인의 전형이 됐다.

가르뎅은 이날 패션쇼에서도 반짝이는 비닐로 만든 레인코트, 몸에 딱 달라붙은 은색 비닐 옷, 1960년대 비틀스 의상에 영향을 준 깃 없는 재킷 스타일 등을 선보였다.

평단의 평은 옷 자체보다는 아흔 나이에 대한 경외에 집중됐다. 패션 저널리스트 토머스 아담스는 "가르뎅이 이번 쇼에서 선보인 옷 중 어느 것도 매우 현대적이라는 인상은 주지 못했다"면서도 "그가 내일모레 아흔이 되는 디자이너란 사실에 비춰볼 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크리스천 디오르, 가브리엘 샤넬 등 2차 세계대전 후 파리의 패션계를 이끌었던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쇼가 끝난 뒤 무대 뒤에서 가르뎅은 말했다. "파리에서 패션 일을 시작할 때 디자이너 중 제일 어렸던 내가 지금은 최고 연장자가 됐다. 정말 보기 드문 경우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패션계)에 있다." 오는 7일은 그의 만 아흔 번째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