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변한다] [17] 도로변에 성벽… 한 발 들어서니 하늘이 열린다
입력 : 2012.07.04 03:13 | 수정 : 2012.07.04 11:26
민우식의 서판교 파티오하우스 - 담장 못 세우는 법규에 맞춰 묵직한 외벽으로 사생활 보호
대신 中庭 만들어 채광·통풍
개성 있는 단독주택이 많이 모인 경기도 판교에 집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철칙이 하나 있다. '이웃과 담을 만들어선 안 된다'. 파주 등 지구단위계획으로 개발된 다른 택지지구도 비슷한 내용의 '자치법규'를 갖고 있다. 담장을 만들 수 없거나, 만들더라도 높이를 1m 이하로 해야 한다. 그마저도 '생울타리'(풀·나무 등으로 엮어 만든 울타리)로 세워야 한다. 주변 환경과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일종의 타협책이다.
이렇다 보니 건축가와 건축주는 고민한다. '프라이버시냐, 이웃과의 공유냐'. 담 없이 집을 만들려니 집 외관에 창을 시원하게 내기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창을 적게 내자니 통풍·채광이 걱정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어느 날 이웃 몰래 슬쩍 낮은 담장을 올리는 집도 있다.
어떤 주거환경에서 살 것인가는 건축주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최적'으로 이끄는 건 건축가의 몫이다. 건축가 민우식(39·민워크샵 대표)씨가 지난해 초 바우건축 공동대표 시절 설계한 경기도 서판교의 '파티오(patio·중정) 하우스'는 사생활을 선택한 건축주의 고민을 디자인으로 해소한 집이다. 건축주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동갑내기 부부 김현진·장진영(35)씨다. 김씨 부부는 오랜 기간 아파트에서 생활한 부모님의 생활 패턴과 편안한 느낌을 유지하고자 '개방'보다는 '사생활'을 택했다.
이렇다 보니 건축가와 건축주는 고민한다. '프라이버시냐, 이웃과의 공유냐'. 담 없이 집을 만들려니 집 외관에 창을 시원하게 내기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창을 적게 내자니 통풍·채광이 걱정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어느 날 이웃 몰래 슬쩍 낮은 담장을 올리는 집도 있다.
어떤 주거환경에서 살 것인가는 건축주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최적'으로 이끄는 건 건축가의 몫이다. 건축가 민우식(39·민워크샵 대표)씨가 지난해 초 바우건축 공동대표 시절 설계한 경기도 서판교의 '파티오(patio·중정) 하우스'는 사생활을 선택한 건축주의 고민을 디자인으로 해소한 집이다. 건축주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동갑내기 부부 김현진·장진영(35)씨다. 김씨 부부는 오랜 기간 아파트에서 생활한 부모님의 생활 패턴과 편안한 느낌을 유지하고자 '개방'보다는 '사생활'을 택했다.
최근 판교에서 만난 건축가 민씨는 "성벽 같은 묵직한 외관으로 건축주의 사생활 보호를 가능하게 하되, 깊은 중정과 서로 다른 지붕 높이로 채광과 통풍을 원활하게 했다"고 했다. 지상 2층짜리 이 집의 연면적은 230㎡(약 70평). 공사비는 평당 550만원 들었다.
밖에서 볼 때 이 집의 첫 느낌은 육중하다. 약간 삐뚤어진 'ㄷ(디귿)자' 모양으로 생긴 집 외벽에는 어른 손보다 조금 더 큰 작은 창이 한 면에 3~4개씩만 나 있다. 집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창은 하나도 없다. 두꺼운 콘크리트 외벽이 햇빛을 받아 흰색으로 빛나면 언뜻 모던한 카페나 갤러리 같다는 인상을 준다. 건축가는 "가족끼리 있을 땐 내복이나 속옷 차림으로 편하게 지내는 우리나라 사람들 삶을 고려해 최대한 바깥으로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내부는 오히려 밖으로 열린다. 평면도가 'ㄷ'자 모양인 덕에 이 집에는 대문 역할을 하는 문이 따로 없다. 대신 약간 안으로 구부러진 건물 모서리 사이의 폭 1.5m 공간이 열린 입구 역할을 한다. 화강토(화강암이 풍화된 흙)가 조밀하게 깔린 이 '모서리 대문'을 통과하면 환한 중정(中庭)이 나온다. 통창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1층 거실과 기도실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앞마당이다. 기도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건축주 부모님을 위해 만들었다.
밖에서 볼 때 이 집의 첫 느낌은 육중하다. 약간 삐뚤어진 'ㄷ(디귿)자' 모양으로 생긴 집 외벽에는 어른 손보다 조금 더 큰 작은 창이 한 면에 3~4개씩만 나 있다. 집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창은 하나도 없다. 두꺼운 콘크리트 외벽이 햇빛을 받아 흰색으로 빛나면 언뜻 모던한 카페나 갤러리 같다는 인상을 준다. 건축가는 "가족끼리 있을 땐 내복이나 속옷 차림으로 편하게 지내는 우리나라 사람들 삶을 고려해 최대한 바깥으로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내부는 오히려 밖으로 열린다. 평면도가 'ㄷ'자 모양인 덕에 이 집에는 대문 역할을 하는 문이 따로 없다. 대신 약간 안으로 구부러진 건물 모서리 사이의 폭 1.5m 공간이 열린 입구 역할을 한다. 화강토(화강암이 풍화된 흙)가 조밀하게 깔린 이 '모서리 대문'을 통과하면 환한 중정(中庭)이 나온다. 통창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1층 거실과 기도실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앞마당이다. 기도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건축주 부모님을 위해 만들었다.
외관이 닫힌 대신, 이 집은 중정을 향해 열려있다. 중정이 채광과 통풍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공간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외벽에 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빛과 바람이 잘 모이는 중정이 필요했다"며 "보통 채광이나 통풍을 좋게 하려면 용적에서 손해를 봐야 하는데, 대신 지붕 3면의 높이를 다르게 디자인해 그런 손해를 없앴다"고 했다. 실제 건축가는 이 집의 북쪽 지붕을 높게 하고 남쪽 지붕 높이를 이보다 낮게 해, 저녁 어스름까지 햇빛이 중정 안으로 깊이 스며들도록 했다. 덕분에 중정은 육중한 외관의 무게를 덜어내는 밝은 공간이 된다.
건축주 부부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수년간 살다 손자와 함께 살고 싶다는 친가 부모님 바람 때문에 이곳에 집을 지었다. 아파트에 3대가 모여 살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건축주 부모는 1층에서 주로 생활하고, 젊은 부부는 7살 아들 운찬이와 함께 2층에서 생활한다. 주방도 층마다 있어 생활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며느리 장씨는 "생활공간을 분리하니 불편함도 덜하고 부모님도 즐거워하셔서 여러모로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했다.
따로 또 같이 하는 김씨 가족의 '공식적'인 결합 시간은 한적한 주말 아침이다. 다섯 식구 모두가 편안한 차림으로 식탁 앞에 앉는다. 장씨는 "우리는 빛과 바람이 훤히 들어오는 앞마당을 끼고 식사할 수 있고, 밖에서 우리 삶을 지켜보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건축주 부부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수년간 살다 손자와 함께 살고 싶다는 친가 부모님 바람 때문에 이곳에 집을 지었다. 아파트에 3대가 모여 살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건축주 부모는 1층에서 주로 생활하고, 젊은 부부는 7살 아들 운찬이와 함께 2층에서 생활한다. 주방도 층마다 있어 생활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며느리 장씨는 "생활공간을 분리하니 불편함도 덜하고 부모님도 즐거워하셔서 여러모로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했다.
따로 또 같이 하는 김씨 가족의 '공식적'인 결합 시간은 한적한 주말 아침이다. 다섯 식구 모두가 편안한 차림으로 식탁 앞에 앉는다. 장씨는 "우리는 빛과 바람이 훤히 들어오는 앞마당을 끼고 식사할 수 있고, 밖에서 우리 삶을 지켜보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