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빠랑(정글刀)' 한 자루 들고 탐험… 정글, 징글징글했죠

'정글의 어느 나무꾼 이야기'는 현지어는 물론 영어도 제대로 못 해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던 초보 서베이어가 베테랑이 되어가는 과정을 치열하고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번 '입산(入山)'하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간 '원시인 생활'을 했지요. 1년에 300일을 정글 안에 있었던 적도 있는데, 아마 한국 서베이어들 사이에선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일 겁니다."

1977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농림신문사에서 6개월 동안 취재기자로 일하다 '인도네시아에 파견할 임학과 출신 급구' 공고를 봤다. 수마트라·보르네오 섬에서 산림 개발을 하는 회사였다. 합판 수출이 활황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1978년 1월 8일 자카르타에 도착했고 곧바로 칼리만탄(보르네오의 현지어) 섬 정글에 투입됐다. 서베이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나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가를 조사하는 '임목 축적 조사'와 개발을 위해 어디로 어떻게 임도(林道)를 건설해야 가장 경제적인가를 알아내는 '임도 예정선 조사'였다.

"원시 정글을 헤치고 다니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어요. 배가 뒤집히고, 지프차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서 머리가 깨지고… 말라리아도 독하게 앓았고, 독사·불개미·독충과 밤낮으로 사투를 벌였죠. 보통 사람은 겪어보지 못할 나만의 체험을 알리고, 앞으로 그곳에 갈 사람들에게 정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써내려 갔습니다."

'2012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의 대상 수상작인 '정글의 어느 나무꾼 이야기'는 해외 오지(奧地)도 마다치 않고 달려갔던 개발 연간 '산업역군'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수상자 한동천(61)씨는 1978년부터 4년간 '산림 서베이어(surveyor)'로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의 원시 정글을 누빈 경험을 기록했다. 산림 서베이어는 '목재로 쓸 만한 나무를 찾는 사람'이다. 한씨는 이후 말레이시아와 남아메리카 가이아나를 거쳐 지금도 산림 개발을 위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머물고 있다.

"하루에 직선으로 2~3㎞씩 걸어가면서 조사합니다. 정글에서 직선거리 3㎞는 수없이 능선을 넘고 절벽을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길입니다. '빠랑'이라는 정글도(刀)를 한 자루씩 들고 덩굴과 가시덤불을 쳐내면서 걸어갑니다.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5시에 임시 캠프 뽄독(텐트)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긁히고 곳곳을 거머리가 물어 피가 나기 일쑤지요."

독사와 함께 텐트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면 신발 속에 전갈이 들어있지 않나 확인했던 일화, 멧돼지·사슴·노루 사냥기, 두꺼운 청바지까지 찢겨 나가는 덩굴 가시와의 전쟁…. 이런 얘기가 빼곡히 적혀있다.

한씨는 5년 전, 이 독특한 체험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사업이 1980년대 중반부턴 하향길이라 이제는 한국 사람이 현지에 직접 조사하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야말로 '서베이어의 추억'이 됐다"고 했다. 1998년에는 해외 산림 자원 개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부터 공로상도 받았다. "나라가 한창 개발 중일 때 '산업화'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요즘엔 몸으로 때우는 직업을 다들 기피하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