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생명 살리는 천사 오케스트라

백혈병, 근육종, 심장병, 재생 불량성 빈혈, 악성종양, 소아당뇨…. 이런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 80여명이 도움을 받았다. 그 도움은 음악으로부터 나왔다.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UKO)'. 2006년 창단해 그 해 11월 첫 연주 때부터 최근까지 모두 26차례의 연주회를 하면서 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데 내놓았다. 이들의 음악은 난치병 어린이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아름다운 선율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환경관리공단 연습실에서는 UKO 단원 70여명이 '코리아 환타지' '마오리족 민속곡' 등을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연주자들에게 토요일 오전은 가장 많은 레슨이 몰리는 시간대. 하지만 이들은 개인 생활과 레슨을 포기하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는 9일과 12일 뉴질랜드 연주회를 위해서다. 이번 뉴질랜드 연주회는 27번째 공연이다. 이 공연 수익금 역시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해 쓴다.

전영수(55) UKO 단장은 "단원 100여명 중 80％ 정도가 악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들이지만 착한 일 한번 해 보겠다고 의기투합해 모인 것이 우리 오케스트라다"고 말했다. UKO가 만들어진 것은 2006년 여름. 전 단장이 친구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음악하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도 (죽기 전에) 보람 있는 일을 해 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 단초가 됐다. 부산시향, 창원시향 등 '선수'들이 함께하겠다고 나섰고, 대학교수 등도 동참했다.

하지만 음악 수익금을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해 전액 내놓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공연 경비 마련이 문제였다. 한번 공연에 대관비 등 1000만~1500만원의 경비가 들고, 해외 공연을 가려면 억 단위의 경비가 든다. 좋은 뜻을 펼쳐보려는 의지가 있으면 통하는 법. UKO를 돕겠다는 후원자들이 나타났다. 스타자동차㈜ 유재진 회장, 광도한의원 강병령 원장 등 3~4명이 후원에 나섰다. 유 회장은 2007년 9월 UKO의 미국 LA연주회를 위해 경비 2억원을 사비로 지원했다. UKO 단원들도 1만~2만원의 회비를 매월 내고 있다.

UKO는 덕분에 모든 공연 수익금을 오롯이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데 쓸 수 있게 됐다. UKO 출범 당시 "회비까지 내면서 자원봉사하는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행은 해를 거듭할수록 단원들에게 자부심이 됐고, 자부심은 단원들간의 유대 관계도 돈독하게 만들었다. 후원자들도 늘어 현재는 60여명에 이르고 있다. 단원들 중에는 연주도 하고 후원회에도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UKO는 지난 2월 중순에는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연주를 한 뒤 모은 수익금 5만위안을 모두 현지의 난치병 어린이 돕기에 기부했다. 현지 어린이 60여명이 도움을 받았다. 이번 뉴질랜드 공연에서의 수익금은 국내로 가져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데 쓸 예정이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와 우리 나라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현지 6·25 참전용사들을 찾아 감사의 성금도 전달할 계획이다.

UKO 후원자인 강병령 원장은 "착한 마음들이 모여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연주하는 음악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을 것"이라며 "UKO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