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수도관에 누수 센서… 수돗물 6억㎥(2010년 국내 누수량) 아낀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에 있는 LG CNS 사무실. 직원들이 수도관용 파이프를 보면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파이프에는 누수(漏水) 감지 센서가 연결돼 있어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관제센터로 알려준다.

지금까지는 물 공급체계에 문제가 생겨도 대응이 느리고 허점도 많았다. 수도관의 누수를 파악하려면 물의 유량(流量)을 측정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물이 흐르는 파이프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누수 같은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LG CNS는 상수도관의 유량·수압·수질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센서에서 몇 m 떨어진 곳에서 누수가 발생하는지 탐지하는 센서를 연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G CNS 조상웅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땅으로 새는 물이 수천억원어치로 추산된다"며 "국내는 물론 중동·동아시아·호주·뉴질랜드 등 물이 귀한 지역에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IT(정보기술)를 수자원 관리에 접목한 '스마트 워터 그리드'〈키워드〉가 각광받고 있다. 댐과 상하수처리장·저수지·배수장 등을 연결하는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첨단 IT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는 누수율 20% 넘는 지역도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생산·공급되는 수돗물의 총량은 59억1000만㎥(2010년 기준)다. 이중 수도관 사고나 배수지 균열 등으로 발생한 누수량은 6억3800만㎥. 전체 공급수량의 10.8%를 차지한다. 2000년에 14.8%였던 누수율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아직도 상당한 양의 수돗물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서울·부산 등의 대도시는 누수율이 4~5%까지 낮아졌다. 강원·전북·전남·경북·경남은 누수율이 20% 이상으로 여전히 높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올 1월 전국 최초로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반의 '아리수 통합 정보센터'를 개통했다. 아리수는 서울시의 수돗물 브랜드다. 기존에는 14개 정수센터 및 수도사업소에서 운영자 경험에 의존해 수돗물을 개별 관리해왔다. 이제 정보센터는 시간대별 배수패턴과 과거 통계를 활용하고 기상정보까지 더해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 ter Grid)

물의 생산과 소비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수자원과 상하수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물 낭비를 줄이고 수자원의 생물학적·화학적 정보를 수집해 수질 관리에도 기여한다.

◇길이 500㎞ 강을 실시간 관리

UN은 2025년쯤이면 전 세계 인구(78억명) 중 40억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오염으로 기후가 변하고 사막화 현상이 빨라지면서 먹을 물이 부족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호주·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이미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직접 운영하고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미래 '물 전쟁'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IBM은 뉴욕주(州) 동부를 흐르는 길이 507km의 허드슨강에 센서를 띄워 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컴퓨터 칩이 들어 있는 센서들은 강물의 생물학적·화학적 정보를 수집해 강을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돕고 재난에도 대비할 수 있게 한다. IBM은 폭풍·가뭄 등의 상황에 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 수자원 공급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올 초 수도관 내를 자유롭게 탐사하면서 누수 등을 확인하는 휴대용 로봇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는 2008년부터 댐 12개, 상수처리장 10개, 저수지 28개, 파이프라인 535㎞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가뭄이 와도 주민들이 집안에서 정상적으로 물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강수량이 풍부한데도 이웃 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해 쓰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워터(NEWater)'라는 물 재활용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체 물 수요의 30%를 공급하며, 오는 2060년까지 50% 이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GE·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은 싱가포르에 물 연구소 등을 설립,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