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값 곤두박질

유럽 위기로 세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제 원자재 값이 추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자 아시아판에서 "원유·금·면화 등 20개 주요 상품가격을 종합해 산정하는 다우존스(DJ)-UBS 상품지수가 지난 2월 말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9% 하락했다"며 "이처럼 큰 폭의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두 달 전까지 배럴당 100달러(WTI 기준)를 웃돌던 국제 원유값은 지금은 8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면 가격은 올 들어 22% 하락했고, 철강 자재인 열연강판은 최근 두 달 새 값이 13% 내렸다.

미국·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졌던 몇 달 전과 달리 유럽 재정위기가 재점화되고,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의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으면서 수요 감소 우려가 원자재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3.8포인트 떨어진 49.7을 기록했다. 이 지표가 기준치인 50을 밑돈 건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HSBC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기준치인 50을 밑돌며 부진한 경기를 반영했다.

원자재의 공급과 재고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 원자재값이 추가로 더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는 "미국의 5월 철강 재고량은 월간 기준으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중국에서는 면화 창고에 여유가 없어 보관료가 상승하고 있으며 철광석과 석탄은 항만 창고에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