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라면만 먹고 발레 옆집은 불고기, 괴로워"

"정부의 쏠림 지원 정책이 춤출 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라면 먹으며 발레 하는데 옆집에서 불고기 굽는 냄새 나니 너무나 괴롭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은 무용계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세미나 자리였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무용수의 상해 재활과 직업전환을 돕는 비영리재단. 원래 토론 주제는 '전문 무용수의 직업화는 가능한가'였다. 그러나 세미나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무용 단체의 재원 마련, 향후 비전에 대한 고민 등 쌓였던 문제가 터져 나왔다. 폐쇄적이며 이해관계에 따라 뭉친다는 무용계에서 공개적인 비판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부 정책이 국공립 예술단체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국내 무용 공연은 연간 1600건(2513회)으로, 관객은 100만명 정도다(중복 관람 포함,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 장광렬 춤정책연구소 소장은 "2513회 중 70%를 소화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전문적 지원 정책이 마련돼 있는가"라고 화두를 꺼냈다. '쏠림 지원'의 대표 사례로 나온 것이 문화부 지원으로 국립 예술단체가 전국 공연장을 도는 '방방곡곡' 사업이다. 김인희 서울발레씨어터(SBT) 단장은 "전액 지원받는 '방방곡곡' 공연 기회가 국립단체에만 주어지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두어 건 무용 공연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립단체가 돌고 나면 민간에는 사실상 공연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2011년 국립발레단은 방방곡곡 사업으로 18회 공연을 올렸다. SBT는 같은 기간 한국문예회관연합회 우수공연에 뽑혀 일부(40~60%) 비용을 지원받아 10회 공연했다. SBT 측은 "지방 공연이 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나마 우수공연에 뽑혀야 가능하다"며 "더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국립단체는 광역 거점 도시만 돌고, 민간은 소도시를 맡는 등 역할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문화부 관계자는 "시행 과정에서 생긴 역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11~24일 치러진 '대한민국 발레축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올해 2회째를 맞는 발레축제는 ▲직전 공연의 레퍼토리 중복 선정으로 인한 수준 저하 ▲홍보 부실로 인한 관객 감소 ▲작년에 이어 국립발레단 연속 주최에 따른 민간의 기회 박탈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인희 단장은 "발레 축제는 협업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 집행에서부터 프로그램 선정까지 국립 위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은 "국립발레단 예산에 발레 축제 예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최하게 된 것"이라며 "문화부 측과 함께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