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건 야무진 살림꾼인데… 연애는 '미련 곰탱이'

선머슴처럼 짧게 친 머리칼 사이로 풍기는 여성미,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속 깊은 마음 씀씀이, 야무지고 살뜰한데도 영 '미련 곰탱이' 수준인 연애감각….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의 귀남이네 집 둘째 딸 '방이숙'의 캐릭터이다.

이 사랑스러운 아가씨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는 조윤희(30). 2010년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에서 팜므파탈 발레리나를 연기해 주목받았던 그는 '방이숙' 역으로 자신의 이름을 보다 확실히 알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윤희는 "대본도, 연출진도, 연기자도 너무 좋아서 '넝쿨당'은 누가 출연해도 히트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난 그저 운 좋게 동승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기뻐요. 거리를 지날 때면 젊은 사람뿐 아니라 어르신들까지도 알아봐 주시거든요. 사인하는 분량도 훨씬 늘어났고요. 하하."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는 방이숙은 오빠 귀남이 실종되던 날 태어난 '죄'로 가족들의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하며 커왔다. 그에게 반한 레스토랑 점장 천재용(이희준)이 눈치라곤 전혀 없는 방이숙과 만들어가는 러브 라인은 이 드라마 인기의 주요 동력이 됐다.

"많이들 칭찬해주시는데, 아무래도 극 중 캐릭터가 저와 상당히 비슷해 몰입이 쉬웠던 듯해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두 사람 의견이 엇갈릴 때 어느 한 편을 들기보다는 양쪽 다 이해하려는 쪽이고, 제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연애에 있어서도 저는 여우과(科)라기보다는 곰과였던 것 같아요(웃음)."

'스스로 연기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우, 아직 말할 수준도 아니에요. 100점 만점이라면 점수 자체를 매기는 게 불가능해요."

조윤희는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차의 '중고참'이다. 고교 시절 패션지 모델과 가수 이수영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여고생 얼짱 스타'로 주목받았고, 2002년 지상파 시트콤으로 데뷔했지만 비슷한 경로로 연기자가 됐던 신민아·김민희 등에 비하면 '시동'이 늦게 걸린 게 사실. "초조하지 않았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좀 곰과라서…(웃음). 반응하는 게 늦어서 그런지 '나는 왜 안 풀리지'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별로 없었어요. 그냥 주어지는 작품에 맞춰 연기를 조금씩 배워오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온 거죠."

조윤희는 "할머니, 부모로 나오는 강부자·윤여정·장용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분들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절로 감탄사를 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살짝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껏 해왔던 대로 조금씩 고치고 다듬고 한 걸음 한 걸음 딛다 보면 조금은 (그분들의 경지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조윤희의 다음 발걸음은 스크린이다. 다음 달 말 개봉 예정인 스릴러 영화 '공모자들'에서 비련의 여자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난다. "방이숙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짧은 머리의 밝은 캐릭터는 고사할 것 같다"고 했다. '롤모델로 삼는 연기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심은하"라고 했다. "연기도 잘하지만 무엇보다도 은퇴한 뒤 사람들이 많이 그리워하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욱 노력해야죠!"